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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공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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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백삼위 한인성당 작성일 : 2023-01-09 조회수 : 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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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빛이 왔다”(이사 60,1). 


이 말씀이 주님 공현 대축일을 요약해 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빛이 모든 이에게 드러나는 사건이 공현입니다.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의 예언은 마태오 복음과 놀라울 정도로 상응하며 예언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빛은 동방을 비추는 별로, 

빛을 향하여 오는 모든 이는 동방의 박사들로, 

민족들의 재물은 박사들이 바치는 예물로, 

그리고 기쁜 빛은 예수님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는 박사들을 통하여 표현됩니다. 


오늘 복음은 두 임금을 대조합니다. 

지금 유다를 다스리고 있는 헤로데와 새로 태어난 임금이신 예수님입니다. 

임금은 구약의 예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통치자를 나타내는 표상이자 유다인들에게 메시아를 표현하는 낱말입니다. 

그래서 동방에서 온 박사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을 찾습니다. 


한편 이 표현은 예수님께서 십자가형을 받으셨을 때 그분의 죄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 예수다”(마태 27,37). 

마태오 복음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빛을 가져올 임금, 곧 메시아로 이 세상에 오셨지만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죽음을 맞으십니다. 

임금의 탄생이라는 기쁨은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거친 외침으로 바뀝니다. 

박사들은 임금께 예물을 바치며 경배하지만, 그 임금은 사형 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힙니다. 

영광에 싸인 임금의 탄생은 처절한 죽음으로 끝납니다. 

한 분이신 같은 임금이시지만 누구에게는 예언의 성취인 반면에 다른 이에게는 신을 모독한 자입니다. 

임금이라는 같은 낱말을 사용하는 역설입니다. 


복음서는 마치 ‘나에게 예수님께서는 어떤 임금이신지’를 묻는 것 같습니다. 


-허규 베네딕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