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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성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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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백삼위 한인성당 작성일 : 2023-12-24 조회수 :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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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내리는 한 줄기 빛에 모든 이가 감사하고 기뻐하며 환성을 올리는 참으로 아름다운 밤입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우리가 이 밤을 보내며 더없이 기뻐하는 이유는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요한 1,9),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마침내 이 세상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우리 모두에게 빛이시며 은총이신 분,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 탄생하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에 따르면, 그는 ‘놀라운 경륜가’이자 ‘평화의 군왕’이라 불리며, 

다윗 왕좌에 앉아 공정과 정의로 영원히 다스릴 이스라엘의 메시아이십니다. 

그러나 오늘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그런 위대한 분의 탄생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왕궁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나름 편안하고 아늑한 환경에서 태어나실 법한 기대와 달리, 

여관방조차 얻지 못하여 마소의 여물을 담아 두는 구유를 첫 안식처로 삼아야 하셨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늘 탄생하신 임금께서 앞으로 걸으셔야 할 길이 사람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리라는 것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5). 

이처럼 당신 백성을 섬기러 오신 메시아께서는 세상에 오시는 순간부터 열악하고 비천한 환경을 택하시어 가장 낮은 자리, 

곧 섬기는 자리에 머무셨습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정말 여관에 들어갈 자리가 없었을까요? 

일부러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스라엘이 그토록 기다려 온 구원자께서 이제 막 세상에 오셨는데, 

그들은 여관의 작은 방조차 내드리지 않는 어리석음을 저지릅니다. 

성탄절에 우리는 주님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습니까? 

이렇게 기쁜 날, 세상일과 걱정에 사로잡혀 주님께 우리 마음속 작은 공간 하나 내드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여 봅시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