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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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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백삼위 한인성당 작성일 : 2024-02-24 조회수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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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1독서는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이사악의 희생 제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사악을 바친 아브라함의 모습은 모든 이의 속죄를 위하여 번제물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바치신 하느님의 예표입니다. 

주님의 명령에 따라 아들을 바치는 아브라함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당신의 아들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내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됩니다.
당시 유다 민족의 사고방식으로 볼 때, 자신의 생명은 아들을 통하여 이어지고 지속됩니다. 

아브라함이 백 살이 되어서야 얻은 이사악은 그에게 있어서 새롭게 얻은 생명이었습니다. 

아들이 아니라 자신의 또 다른 생명이고, 자신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바치는 행위는 단순히 자신의 소유물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어려운 행위로서 자신의 생명을 멈추고 자신을 바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당신의 “친아드님”이자 “사랑하는 아들”을 속죄 제물로 내주셨고, 

이는 당신 자신을 내주신 것과 같습니다. 

아니, 서로가 서로에게 중심이 되고 다른 위격이 자신보다 더 중요해지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를 생각할 때, 

사실 자신보다 더 중요한 것을 우리에게 내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자신은 아무 위험 없이 몰래 숨어 계시면서 대신 아들을 죽음으로 내모시는 

무자비하시고 비겁하신 하느님이 아니십니다. 

당신과 똑같은, 당신 자신보다 더 소중한 아들과 함께 몸소 고통을 겪으시고 희생하시는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당신 스스로 직접 희생하셨다는 것이 다른 종교의 신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입니다. 

상처 하나 없이 하늘의 권세로 우리를 구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사람이 되시고 십자가 죽음을 받아들이시면서 우리를 구원하신 상처투성이의 하느님이십니다. 

교회도 아버지를 닮아 세상에 나아가는 교회가 되어야 하고, 

그 길에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랑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최정훈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