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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부활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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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백삼위 한인성당 작성일 : 2024-03-30 조회수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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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부활 대축일 낮 미사에 봉독된 복음은 세 사람의 믿음의 여정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이 여정은 ‘보다’라는 동사를 통하여 진행되는데, 

우리말 성경에 동일하게 ‘보다’로 옮긴 낱말은 

사실 그리스 말 성경 본문에는 서로 다른 세 개의 동사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 등장하는 동사는 ‘블레포’입니다. 

단순히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는 행위를 말합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무덤의 돌이 치워져 있는 것을 ‘보고’ 요한은 무덤 안에 아마포가 있는 것을 ‘봅니다’.

그저 단순하게 어떤 장면을 본 것입니다. 


두 번째 동사는 ‘쎄오레오’인데, 무엇인가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 ‘살펴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금 늦게 도착한 베드로는 무덤 안에 들어가 아마포와 수건이 놓여 있는 상태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앞뒤 상황을 고려하며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여겨보는 것입니다. 


세 번째 동사는 ‘호라오’입니다. 

베드로와, 뒤이어 무덤에 들어간 요한은 ‘보고’ 믿습니다. 

이때의 ‘봄’은 단순히 시각적인 기능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믿고 이해하는 인식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세 개의 동사를 통하여 

오늘 복음은 등장인물들이 처음에는 단순히 ‘보는 것’에서 시작하여 

상황을 유심히 ‘살펴보는’ 단계로 발전하고, 

마지막으로는 본 것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것’까지 믿게 되는 은총에 다다름을 알려 줍니다.
보여 주시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은총입니다. 

보여 주어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빈 무덤과 부활의 연관성은 단순히 지적인 인식을 넘어서는 사랑과 신뢰의 ‘봄’으로만 제대로 체험되는 사건입니다. 

빈 무덤이라는 예수님의 ‘부재’는 사실 어디에나 두루 계시는 ‘편재’의 시작임을 믿는 것, 

빈 무덤이야말로 부활의 가장 분명하고도 명백한 증거가 되는 현장임을 고백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부활을 통하여 우리가 가지게 된 새로운 ‘봄’(시각)입니다.


-김혜윤 베아트릭스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