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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종수

::: posted by : 박승림 요셉 | posted on : 03/07/2019 | hit : 149 :::


박목월 선생의 수필

'씨 뿌리기'에 호주머니에

은행 열매나 호두를 넣고 다니며

학교 빈터나 뒷산에 심는

노교수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를 묻자

빈터에 은행나무가 우거지면

좋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언제 열매가 달리는 것을

보겠느냐고 웃자

"누가 따면 어떤가.

다 사람들이 얻을 열매인데"

하고 대답했다.


여러 해 만에

그 학교를 다시 찾았을 때

키만큼 자란 은행나무와

제법 훤칠하게 자란

호두나무를 보았다.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

(六十不種樹)"고 말한다.

심어봤자 그 열매나 재목은

못 보겠기에 하는 말이다.


송유(宋兪)가 70세 때

고희연(古稀宴)을 했다.

귤(柑) 열매 선물을 받고

그 씨를 거두어 심게 했다.

사람들이 속으로 웃었다.

그는 10년 뒤

귤 열매를 먹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떴다.


황흠(黃欽)이 80세에

고향에 물러나 지낼 때

종을 시켜 밤나무를 심게 했다.


이웃 사람이 웃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황흠이 대답했다.

 "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황흠은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다. 이웃을 불러 말했다.


"자네 이 밤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 한 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 버렸군."


홍언필(洪彦弼)의 아내가

평양에 세 번 갔다.

어려서 평양감사였던 아버지

송질(宋軼)을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 홍섬(洪暹)을 따라갔다.


아내로 처음 갔을 때

장난삼아 감영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 갔을 때는

그 열매를 따 먹었다.

세 번째 갔을 때는

재목으로 베어 다리를 만들어 놓고 돌아왔다.


세 이야기 모두

'송천필담(松泉筆譚)'에 나온다.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세를 하며

공부도 놓고 일도 안 하며

그럭저럭 살다 죽을 날만 기다린다.


100세 시대에 이런 조로(早老)는

좀 너무하다.

씨를 뿌리면 나무는 자란다.

설사 내가 그 열매를 못 딴들 어떠랴.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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