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7월12일(주일) - 연중 제15주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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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9년7월12일(주일) - 연중 제1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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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9-07-18 조회수 :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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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15주일 - 나해 [오늘의 복음] 마르 6,7-13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파견하셨다.> 7)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8)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9)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10)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11)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 12)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13)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복음산책] 가라, 있는 그대로 가라! 마르코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많은 제자들 가운데서 12명을 선발하여 사도로 임명한 사실(마르 3,13-19)과 12사도를 실제로 파견하는 내용(마르 6,7-13)을 시간적인 거리를 두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마태오복음사가는 마르코가 따로 보도한 두 내용을 함께 엮어 파견설교(마태 10장)의 테두리 안에서 보도하면서, 훨씬 더 논리적인 구조와 풍부한 내용으로 피력하고 있다. 우리는 지나간 연중 제14주간 수요일(마태 10,1-7), 목요일(마태 10,7-15), 금요일(마태 10,16-23), 그리고 토요일(마태 10,24-33)에 파견설교를 평일미사 복음으로 묵상하였다. 마태오가 전하는 파견설교의 마지막 부분(마태 10,34-11,1)은 연중 제15주간 월요일 평일미사 복음으로 듣게 될 것이다. 오늘 복음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주간의 평일미사 복음들을 다시 한 번 묵상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일찌감치 선발해 두셨던 12사도를 파견하신다. 이는 지속적인 파견이 아니라 한시적인 파견이다. 나중에 영원히 파견하기 위한 견습파견이라 봄이 좋을 것이다.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도래와 함께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위에 왔으니 이를 받아들이는 준비로서 회개하고 복음을 믿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파견되는 사도들에게 예수님께서 명령하시는 여장규칙이 상상을 초월한다. 길을 떠나면서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니 말이다. 지팡이 하나 달랑 들고 아무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길을 떠나라는 것이다. 하루를 살면서 간단히 집을 떠날 때도 이것저것 챙기는 우리들인데, 제법 긴 여행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챙기는 우리들이 아닌가? 여행 도중에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법인데… 좋다. 예수님의 말씀만 믿고, 아무것도 없이 한 번 떠나 보자. 한 번 부딪쳐 보자. 뭔가 얻을 게 있을 것이고, 답이 있을 것이다. 미리 알아 두어야 할 것은 이 여행이 관광여행도 아니고 방랑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예수님과 함께 도래한 하느님의 나라를 맞이하기 위해 회개의 복음을 선포하는 여행이다. 빈 몸으로 길을 떠난다. 지금 걸친 옷과 신발과 지팡이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고 고프고, 날씨의 변덕도 심하다. 고통과 시련이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 차원으로 엄습한다. 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면 중도에 포기해야 한다. ‘견딜 만한가?’ 그렇다면 인내심이 싹트고 있다는 증거다. 훗날 사도 야고보는 갖가지 시련에 빠질 때 이를 다시없는 기쁨으로 여기라고 했다. 이유인즉, 믿음이 시련을 받으면 인내가 생기고, 이 인내가 완전히 효력을 발휘하면 아무 것도 모자람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믿음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야고 1,2-4) 따라서 포기하기 않는다면 일단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복음을 전하고 그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그들의 도움과 배려가 있기를 기다려야 한다. 실패하면 떠나야 하지만, 성공하면 거기에 머물면서 그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다. 제자들의 예수님께 돌아와 활동상을 보고하면서, 회개의 복음을 선포한 것은 물론, 많은 마귀를 쫓아내었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그들의 병을 고쳐주었다고 했다. 그랬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그저 보내신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더러운 영들을 호령하여 쫓아내어 세상을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권한과 아프고 슬퍼하는 이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선물하는 권한을 주셨던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보살핌과 안배에 의탁하면서 마주치는 시련과 고통을 인내로써 극복하는 자에게는 자신에게 이런 권한이 주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교회는 어느 한 곳에 머물며 자신만의 안위를 추구하지 않는다. 교회는 주님으로부터 받은 능력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교회는 처음부터 선교하는 공동체다. 세상에 나아가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으니 회개하여 이를 맞이할 준비를 시키는 공동체다. 필요한 것은 빵도 돈도 여행 보따리도 아니다. 오직 하나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의 복음뿐이다. 듣고 받은 좋은 것을 나누려는 마음으로 속되고 찌든 세상에 복음을 선포할 따름이다. 더러운 영을 호령하여 쫓아내고, 슬퍼하는 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병들고 허약한 자에게 치유와 위로를 선물하는 일이다. 선교를 위해 멀리 떠나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먼저 복음의 내용을 행동으로 살아야 하며 내 가정이 먼저 복음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복음의 향기를 이웃에 전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교회가 왜 이런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묻지 말라. 바로 내가 하지 않아 그런 것이고, 내가 내 안에 있는 능력을 깨닫지 못하고 썩히고 있기 때문이다.[◆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