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7월19일(주일) - 연중 제16주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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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9년7월19일(주일) - 연중 제1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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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9-07-18 조회수 : 2,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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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16주일 - 나해 [오늘의 복음] 마르 6,30-34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과 같았다.> 30)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31)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32)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33)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3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복음산책] 진정한 휴식의 의미 오늘 복음은 파견된 제자들의 복귀와 활동보고, 그리고 쉴 틈도 없이 바로 이어지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12제자들을 사도(使徒)로 임명하여 더러운 악령과 병고로 찌든 세상에로 파견한 사실을 지난주일 복음으로 들었다.(마르 6,7-13)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치유와 구마의 능력을 주어 마을을 돌아다니며 복음을 선포하도록 아주 엄중한 여장규칙과 함께 파견하였고, 파견된 제자들은 실제로 수많은 병자들을 치유하고 마귀들을 쫓아내며 하느님나라의 복음을 전파하였다. 마르코는 제자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선교활동을 하는 동안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 관한 과거기사를 들추어 보도하고 있다.(마르 6,14-29) 이는 제자들이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한 편집상의 묘기로 볼 수도 있고, 예수님의 정체에 관하여 헤로데를 포함한 사람들의 오해와 착각을 불식(拂拭)시키는데 일조(一助)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 사이에 사도들은 다시 스승인 예수님께로 돌아왔고, 자신들의 활동내역을 보고하였다. 제자들은 자기들이 행한 활동들에 대하여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놀라운 나머지 상기되었을 터이고, 더러는 꽤나 피곤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제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과 재충전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31절)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다. 그러므로 재충전이란 한적한 곳으로 떠나 좀 쉬면서 음식도 먹고 편안하게 묵상하며 기도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한편으로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배를 타고 따로 한적한 곳으로 떠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예수님의 일행을 찾아 혈안이 되어 있었다. 예수님의 일행이 장소이동의 수단으로 배를 이용했으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군중은 영악했다. 여러 동네에서 나온 그들은 무리를 지어 육로를 이용하여 예수님의 일행을 앞질러 배가 닿을 곳에 이미 가 있었다. 이렇게 예수님과 군중은 다시 만나게 된다. 이 만남은 곧 펼쳐질 ‘오천 명을 먹인 빵의 기적’(마르 6,35-44)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튼 오늘은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31절)는 말씀을 묵상해 보자. 열심히 활동한 대가는 분명히 보상과 휴식이다. 제자들에게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보상은 여기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임을 모를 자는 없다. 그렇다면 휴식은 재충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제자들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후, 당장 다시금 파견되어 세상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이는 스승이신 예수님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한 휴식이다. 그러므로 이 휴식은 자신의 선교활동을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없이 빈손과 맨몸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치유한 것이다. 제자들이 이렇게 행할 수 있었던 능력이 처음부터 자신에게 없었다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점을 그들은 상기해야 했던 것이다. 누구든지 세상에서 활동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내세우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이 힘은 다른 사람이 가진 것보다 더 강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관철시킬 수 있다. 세상의 힘은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 모양도 다양하다. 권력, 재물, 명예, 돈, 지식뿐 아니라 혈연, 지연, 학연 등의 관계, 조직, 무기 등이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가지고 세상 가운데서 자신을 내세우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 노력에 온갖 부정한 방법들도 자주 동원됨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런 세상 한 가운데로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파견되었다. 그들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전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힘’이었다. 그것은 더러운 영과 병고로 찌든 세상을 거룩하게 만들고 치유와 위로를 선물하는 그런 힘이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이 힘으로 무장하여 세상에 나간다. 거기서 자신을 내세우도록 불림을 받은 자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복음과 그리스도 예수를 이 세상에 전하도록 불림 받은 자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자들은 언젠가 다시 세상으로 파견될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와 스승이신 예수님께 활동보고를 드려야겠지만, 그때는 돌아와도 그분이 계시지 않을 것이다. 그분은 보이지 않는 현존으로 이미 그들과 함께 활동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살아생전 그때의 말씀과 가르침, 마음과 정신으로 이미 제자들에게 살아계시기 때문이다.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군중을 보시고 측은지심으로 휴식을 반납하시는 마음씨로 말이다. 조금 쉬었다가 힘을 내어 다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러지 않으셨다. 따라서 복음 선포자는 명심해야 한다. 선을 피하면 악이 성립되고, 생명을 피하면 죽음이 조성됨을 알아야 한다. 그 중간은 없다.[◆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