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2월15일(주일) - 연중 제6주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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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9년2월15일(주일) - 연중 제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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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9-02-13 조회수 :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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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6주일 (나해) [오늘의 복음] 마르 1,40-45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40)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41)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42)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43) 예수님께서는 그를 곧 돌려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셨다. 44)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45)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복음산책] 부정(不淨)과 부정(不正)의 차이 전라남도 고흥의 소록도나 경상남도 산청 성심원이나 삼랑진 루가원 등 나병(한센병)환자들이 고생하며 모여 사는 곳에 한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들의 삶이 인간의 눈에 얼마나 저주받은 모습으로 보이는가를 말이다. 그들 중에 많은 사람들은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나병환자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달려계신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하며 기도했을 것이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40절) 그러나 그 자리에서 치유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본 적이 없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자신의 험악한 처지를 오히려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정말 부정(不淨)한 사람들인가? “스승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은 나병환자의 애달픈 간청이다. 애달픈 간청 속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예수님께서도 똑같이 원하실 것이라는 확신에 찬 믿음이 흐르고 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손을 갖다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41절) 예수님의 말씀이 떨어지자 그는 깨끗하게 되었다. 낫고자 하는 나병환자의 원의(願意)와 능력을 가지신 예수님의 원의가 일치를 보인 것이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나병환자의 치유기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수님의 원의와 손길은 나병환자의 부정(不淨)함을 정(淨)함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이 정한대로(레위 14,2-32) 치유 받은 자에게 곧장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공적으로 인정을 받은 후 예물을 드림으로써 ‘깨끗하게 되었음’을 증명하라고 하셨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오늘 복음의 기적사화가 일어난 장소는 대략 갈릴래아 지방 카파르나움 근처였을 것이다. 사제에게 가서 몸을 보이고 예물을 드리려면 예루살렘까지 가야 한다. 약 100Km 떨어진 먼 길이다. 그러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예수님의 엄한 명령에도 불구하고 치유 받은 사람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에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을 선전하며 갔을 것은 빤한 일이다. 구약성경에 의하면 어떤 모양으로든 깨끗하지 못함은 공동체나 하느님과 일치 될 수 없는 요소이다. 모든 부정함의 극치는 문둥병이다. 이는 인간적 삶과 종교적 공동체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모세를 비난한 대가로 문둥병을 얻었던 미르얌을 보고 아론이 “살이 반은 뭉그러진 채 모태에서 죽어 나온 아이”(민수 12,12)라고 했던 말을 기억해 보라. 문둥병에 걸린 자는 살아 있어도 곧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는 말이다. 구약의 사제는 피부에 병이 있는 자를 진단하여 그것이 문둥병(악성 피부병)이면 그를 부정한 자로 선언하고 격리시켰다. 그들을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고 콧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오!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쳐야 했다.(레위 13,1-46) 누구든 레위기의 이 대목을 읽어보면 머리나 몸의 어딘가가 따갑고 간질거릴 것이다. 혹시 나의 몸에 부정(不淨)함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 나의 마음에 부정(不正)함이 있어 그럴 것이다. 그렇다. 오늘 복음을 몇 번이고 읽어 묵상하면 기적의 핵심이 육체적 악성피부병에 있다기보다는 내적으로 ‘깨끗하지 못함’과 ‘깨끗하게 됨’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적인 부정(不淨)은 곧 부정(不正)이다. 부정(不正)은 정직(正直)하지 못한 것으로서 죄(罪)를 말한다. 우리 중에 죄인이 아닌 자가 있는가? 없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부정(不淨)한 사람들이다. 깨끗하지 못한 사람들이 취할 자세는 항상 겸손과 뉘우침이다. 그러한 겸손으로 하느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자신의 부정(不正)함을 뉘우치며 깨끗함을 간청하여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능력을 믿고 자신이 깨끗하게 되고자 원하고 동시에 하느님께서 이를 원하시면 치유의 기적은 어디서나 일어날 것이다.[◆ 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