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3월1일(주일) - 사순 제1주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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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9년3월1일(주일) - 사순 제1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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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9-02-28 조회수 : 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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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 제1주일 - 나해 [오늘의 복음] 마르 1,12-15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12) 그 뒤에 성령께서는 곧 예수님을 광야로 내보내셨다. 13) 예수님께서는 광야에서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또한 들짐승들과 함께 지내셨는데 천사들이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14) 요한이 잡힌 뒤에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에 가시어, 하느님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15) 이렇게 말씀하셨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복음산책]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우리는 지난주 ‘재의 수요일’과 더불어 사순시기(40일간)를 맞이했다. 가톨릭교회가 1년 주기로 편성한 전례주년의 중심은 예수님의 부활이다. 부활대축일은 ‘춘분(3월 21일)이 지나 만월(음력 15일) 다음에 오는 첫 주일’이다. 매년 그 해의 부활대축일이 정해지면, 사순시기(총 40일)의 시작인 ‘재의 수요일’이 계산된다. 그러므로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무덤에 묻히신 성토요일까지이며, 재의 수요일은 성토요일을 포함하여 거꾸로 46일째 되는 날이다. 이는 사순시기 중에 맞이하는 6번의 주일을 제외하기 때문이다. 모든 주일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고 선포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가는 ‘파스카 사건’을 내용으로 한 주님부활대축일이 한 해 전례력의 중심이라면 부활을 준비하는 기간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부활은 그저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순절(Quadragesima)은 부활을 향한 주님의 고통과 수난, 그리고 십자가 죽음이 집약된 기간이다. 부활이 구원의 절정이라면 사순절은 그 구원의 과정이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합니다.”(로마 8,17)고 외쳤을 것이다. 성서적 의미를 풍성히 담고 있는 40일(창세 7,4; 탈출 24,18; 여호 5,6; 1열왕 19,8; 1사무 17,16; 요나 4,4; 마르 1,12)은 참회와 속죄, 회개와 화해, 보속과 준비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사순절에는 비신자들이 입교성사를 준비하고, 신자들이 세례를 갱신하며, 자선과 기도와 단식 및 금육의 애덕실천을 통하여 하느님 구원신비의 절정인 파스카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순시기 내내 재의 수요일에 받았던 이마의 ‘재’를 기억해야 한다.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창세 3,19) 내가 흙에서 와서 다시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거늘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흙밖에 되지 않는 내가 이렇듯 생명으로 살아있다는 사실이 바로 하느님의 은총이다. 전례주년 ‘나’해 주일에는 미사전례의 복음으로 가능한 마르코복음을 봉독한다. 분량이 짧은 이유로 요한복음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 사순 제1주일의 복음은 참으로 간단하다. 하지만 인류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공생활 준비로서의 40일간 광야생활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갈릴래아 출현으로 공생활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한다. 하느님 아버지의 인류구원계획은 이미 창조이전부터 준비된 것으로써, 때가 차자 당신의 아들을 보내셔서 여자의 몸에서 나게 하셨으나(갈라 4,4참조), 인간 예수님의 본격적인 공생활 준비는 자신의 몫이었다. 악마의 유혹과의 투쟁 속에 벌어지는 광야에서의 40일간 주야단식기도(마태 4,2참조)는 앞으로 예수님 앞에 펼쳐질 어떠한 유혹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갖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목적을 달성하고자 초지일관 전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인류구원사업이라는 엄청난 사역을 앞두고 광야에서 스스로 수행한 40일간의 주야단식기도가 바로 예수님의 사순절이다. 우리의 사순절도 예수님의 의도에로 질서 지워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복음말씀 가운데 몇 가지 단어로 사순절의 의미를 묵상해 보자. 필자는 오늘 복음에서 ‘광야’, ‘40일’, ‘유혹’, ‘회개’, 그리고 ‘복음’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 닿는다. 광야는 우선 불편한 곳이다. 인간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 모자라다 못해 없는 곳이다. 나아가 광야는 외로운 곳이다. 홀로 있다는 외로움, 그래서 유혹이 많은 곳이다. 빨리 떠나고 싶은, 그런 생활을 그만 두고 싶은 유혹이 충동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참아내면 그만큼의 대가가 주어지는 곳이다. 그 대가는 바로 ‘하느님과의 만남’이다. 아무 것도 없는, 아무 것도 아닌 진솔한 자신과 하느님과의 만남 말이다. 모세가 계약의 표지인 십계명을 받기 위해 시나이 산에서 보냈던 ‘40일’, 엘리야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밤낮 없이 걸었던 호렙 산을 향한 ‘40일’처럼 말이다. 이제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며, 잘못 가고 있는 인생의 방향을 돌려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옳은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회개’의 기회가 넘치도록 주어져 있는 곳이다. 그래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환경에 그냥 머물러 있으면서 사순절을 은혜로이 보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쾌락과 안일함의 유혹들이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며, 복음을 향한 우리의 다짐과 발걸음을 좌절시키고 붙잡고 늘어지는가? 광야의 체험 없이는 올해의 사순절도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가는 그런 시간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니, 우리의 사순절이 예수님의 사순절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박상대 마르코 신부] ◉ 2009년 사순 주일의 주제 성경말씀 사순 제1주일 :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사순 제2주일 :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사순 제3주일 :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요한 2,19)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요한 2,16) 사순 제4주일 :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3,15)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보내주셨다.”(요한 3,16) 사순 제5주일 :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될 때가 왔다.”(요한 12,23)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