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6월14일(주일) -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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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6월14일(주일) - 그리스도의 성체성혈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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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9-06-13 조회수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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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나해) [오늘의 복음] 마르 14,12-16. 22-26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12) 무교절 첫날 곧 파스카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가서 차리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13)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 두 사람을 보내며 이르셨다. “도성 안으로 가거라. 그러면 물동이를 메고 가는 남자를 만날 터이니 그를 따라가거라. 14) 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집의 주인에게, ‘스승님께서 ′내가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음식을 먹을 내 방이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십니다.’ 하여라. 15) 그러면 그 사람이 이미 자리를 깔아 준비된 큰 이층 방을 보여 줄 것이다. 거기에다 차려라.” 16) 제자들이 떠나 도성 안으로 가서 보니, 예수님께서 일러 주신 그대로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22)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23)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니 모두 그것을 마셨다. 24)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25)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26)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 산으로 갔다.◆ [복음산책] 일상의 성체성사 -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나아가는 길 교회는 50일간의 부활시기를 성령강림 대축일로 마감한 후 다시 시작하는 연중시기의 첫 주일을 삼위일체 대축일로 지냈고, 오늘 주일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로 지낸다. 성체 성혈 대축일은 예수님께서 공생활 마지막 날, 최후의 만찬에서 직접 제정하신 성체성사를 경축하고 기념하는 날이다. 유럽교회에서는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첫 목요일, 곧 지상 예수의 마지막 만찬 날이자 성체성사의 제정일인 목요일에 지내지만 아시아 전교지역과 미국에서는 오늘 주일에 이 대축일을 지낸다. 유럽교회에서는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에 성당 주변 곳곳에 화려한 제단을 꾸며놓고 이 제단들을 순회하는 장엄한 성체거동으로 이 날을 경축한다. 지난 삼위일체 대축일에 우리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모든 존재에 생명을 주셨으며, 스스로 사람이 되어 오시어 자신의 죽음과 부활로써 죄악의 늪에서 헤매는 인간을 구원해 주셨고, 구원받은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때까지 거룩한 영의 힘으로 함께해 주시는 하느님, 즉 삼위이시며, 동시에 한 분이신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신앙을 고백하였다. 이러한 우리의 신앙고백은 실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 나라를 상속 받아 삼위일체의 하느님을 눈으로 뵙고 섬기며, 그분의 왕국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그 때에 완전히 성취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거저 주어진 ‘구원의 은총’을 잘 간직하는 일이다. 우리 생의 마지막 그날까지 이 은총을 간직하여 영원한 생명에 이를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마음으로 잘 느껴지지도 않는 하느님 성령의 보호를 어떻게 체험할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바로 여기에 오늘 성체성사의 신비가 문제를 푸는 열쇠이다. 오늘 복음은 제자들과 함께 하는 예수님의 최후만찬을 보도하고 있다. 이 최후의 만찬이 곧 신약의 성체성사이다. 성체성사는 먹고 마시는 식사로서 우선 친교와 나눔의 식사이다. 이는 동고동락해 온 12제자들과 친교를 다지는 공동식사이며, 동시에 고별식사이다. 예수님의 성체성사 제정은 유대인들의 대축제인 무교절과 과월절 안에 자리 잡고 있음으로써 과월절의 주된 사상인 이집트 종살이에서 자유에로의 해방, 즉 죽음에서의 생명과 죄로부터의 해방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는 새로운 계약의 식사이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 산에서 수송아지의 피를 백성들에게 뿌리면서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탈출 24,8)라고 했듯이, 이제는 예수님의 피가 하느님께서 인간과 세상의 죄를 용서하고 구원하시기 위해 맺으시는 새로운 계약의 피다. 이로써 성체성사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24-25; 루카 22,19)는 말씀과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여러분은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1코린 11,26)는 말씀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 삶의 모든 사건을 기억하여 행하는 기념제가 된다. 나아가 성체성사인 최후의 만찬은 제사와 감사의 식사이다. 성체성사는 스스로 제단이요, 제물이요, 제관이 되신 예수님의 십자가상 제사를 재현하는 제사이며, 이를 통해 마련된 인간구원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식사이다. 이는 구약시대의 속죄제(레위 4장)나 친교제(레위 3장)와 흡사한 것으로서 속죄제의 제물은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친교제(감사제)의 제물은 빵과 포도주로 표상 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다. 마지막으로 성체성사는 종말론적 식사로서 미구에 완성될 하느님 나라에서의 축제만찬을 위한 예표(豫表)이다. 이는 천상 예루살렘에서 갖게 될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참석하는 영원한 만찬의 예표이다. 하지만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그 자격을 갖춘 사람들은 요한 묵시록이 말하듯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며,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만든 그런 사람들이다.’(묵시 7,14) 이 사람들은 신랑이신 어린양의 신부로서 이미 단장을 끝낸 사람들이다. 요한 묵시록의 저자는 “할렐루야! 주 우리 하느님, 전능하신 분께서 다스리기 시작하셨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자. 어린양의 혼인날이 되어 그분의 신부는 몸단장을 끝냈다. 그 신부는 빛나고 깨끗한 고운 아마포 옷을 입는 특권을 받았다.”고 외치며, “고운 아마포 옷은 성도들의 의로운 행위”임을 알리고 있다.(묵시 19,6-8 참조)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만찬을 나누시는 자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다. 성체성사 제정에 관한 기사는 신약성서의 같은 기사들과 함께 예수님의 부활사건 이후에 기록되었다.(마태 26,26-29; 루카 22,15-20; 1코린 11,23-26) 이 사실은 신약성경 공동체가 성경을 기록하기 전부터 예수님의 거룩한 유언(遺言)에 따라 최후만찬 형태의 성찬례를 거행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예수님의 유언(제정말씀과 수행지시말씀)이 최후만찬의 식탁에서 제자들이 직접 나누어 먹고 마셨던 빵과 포도주를 세상구원을 위해 십자가 위에서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 몸과 피가 되게 하는 것이다. 성자의 육화(肉化)사건은 하느님께서 인간과 더불어 펼치시는 구원역사의 절정(絶頂)이다. 그렇다고 해서 육화사건이 성자의 지상적 삶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여 마지막에 이른 것은 아니다. 육화사건은 교회의 성사(聖事)들 안에서 계속된다. 특히 성체성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의 살과 피를 우리 생명의 빵과 음료가 되게 하심으로써 당신 사랑의 잔치와 거룩한 식탁에로 매일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 나아가 그 식탁에서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 우리가 구체적인 의로운 행위를 통하여 천상에서 베풀어 질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하신다.[◆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