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9월14일(주일) - 한가위 명절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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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8년9월14일(주일) - 한가위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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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8-09-14 조회수 :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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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9월 14일 (주일) - 한가위 명절 [오늘의 복음] 루카 12,15-21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5)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복음산책] 내 행복의 반은 너에게 빚진 것이다. 오늘은 우리에게 비옥한 땅을 맡겨주시고 풍성한 결실을 이루게 해 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조상들의 영혼을 기억하고 기도하는 날이다. 설날이 조심스럽게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라면, 한가위는 그 동안의 땀 흘린 보람을 마음껏 맛보는 날이다. 이는 비단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기쁨의 날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매일의 노동을 통하여 얻은 결실을 기뻐하는 날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추수가 끝나면 햇곡식과 햇과일로 음식을 마련하여 하늘에 제사를 드리고 조상께 차례를 올렸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날에 그 전통의 정신을 살리고 더욱 넓혀, 조상들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한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다. 저녁을 준비하느라 부엌에서 밥을 앉혀놓고 국을 끓이기 위해 파를 썰고 있는 엄마에게, 장남인 4학년짜리 베드로가 불쑥 들어와 뭔가 거적거린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엄마가 그것을 받아보니 그 쪽지에 이렇게 적혀있는 것이었다. --------------------------------------------------------------------- 한주일 동안 아침마다 이불 갠 것, 50원×7 = 350원 심부름 5번 한 것, 100원×5 = 500원 쓰레기 비운 것 3번, 50원×3 = 150원 베란다 화분에 물 한 번 준 것 = 50원 엄마 없는 동안 동생 돌보아 준 것 = 200원 무거운 짐 들어 준 것 = 100원 합계 = 1350원 ------------------------------------------ 추석이 다가오자 베드로가 그간 잘한 일에 대해 어머니에게 내밀은 청구서였다. 엄마가 이 청구서를 받아들고 읽고 있는 동안에 베드로는 연필을 입에 물고 연신 몸을 비비꼬고 있었다. 청구서가 제대로 먹혀들어갈 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쪽지를 읽던 엄마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엄마는 베드로에게 연필을 달라고 하여 쪽지를 뒤집어 이렇게 섰다. --------------------------------------------------------------------------------- 너를 가져 온갖 어려움을 참아야 했던 10달 동안의 희생 : 공짜 너를 낳을 때 6시간 동안 받은 고통 : 공짜 네가 울며 보챌 때 잠재우느라고 숱하게 새운 날들 : 공짜 추석이다 설날이다 생일 때 마다 사다준 별의별 장난감과 입을 옷가지들 : 공짜 네가 코 흘리며 입학하던 날 부터 지금 5학년까지 학교에 갖다 낸 학비와 각종 학용품들 : 공짜 합계 = 전부 공짜, -> 모두 선물 ---------------------------------------------------------------------------------------- 엄마가 건네준 쪽지를 받아들고 읽던 베드로는 그만 얼굴이 붉어지더니 주먹만 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우는 것이었다. 잠시 후 눈물을 훔치고는 고개를 들면서 “우리 엄마가 최고야!” 하면서 그 종이를 다시 뒤집어 1350원을 두 줄로 그어버리고 큼직한 글씨로 자기 엄마가 쓴 것처럼 “전부 공짜 = 선물”이라고 써서 엄마에게 건넸다. 둘은 잠시 부둥켜 앉고 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다 선물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따지고 들자면 부모와 자식 간이나 형제자매지간에 돈으로 할 수 있는 계산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다. 어찌 보면 가족의 구성원은 서로가 서로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이 빚을 돈으로 갚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정은 돈 때문에 몸살을 앓고, 돈 때문에 금이 가고 갈라선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사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현대판 금송아지를 인생의 전부인양, 그 목적인양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돈으로 모든 것이 계산되고,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돈이 최고라는 생각은 거의 모든 현대인들의 몸에 베여 있는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돈이 더러운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도 속으로는 돈을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분명히 필요한 것이고 좋은 것이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편하다. 그러나 이런 돈이 우리 인생의 전부가 되고,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돈방석에 앉아 보면 다른 소원이 없겠네!”라는 말을 입만 벌리면 한다든지,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며 전부라고 보는 사고방식은 문제를 상당히 달리 만들어 버린다. 누가 우리 중에 태어나면서 부터 땅문서를 손에 쥐고 이 세상에 나왔거나, 돈을 쥐고 나온 사람 있는가?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죽을 때면 아무 것도 손에 쥐고 갈 수 없는 운명의 존재이다. 일원짜리 동전은 고사하고 지푸라기 하나도 쥐고 갈 수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현재 소유하고 있는 먹을 것이며, 입을 것이며, 재산이며, 건강이며, 생명이며, 시간이며, 능력이며. 이 모든 것들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임을 깨달을 수 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 주신 이 선물은 나 자신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지구상에 숨 쉬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주신 분께 도로 돌려드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 내 생명, 나 자신조차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오늘 복음에서 보았듯이,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게 된 어떤 부자는 그 많을 소출이 하느님의 은혜임을 까맣게 잊고, 전부 자기의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궁리한 끝에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러고는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한다.(17-19절)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20절) 그렇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가졌다 하더라도 오늘 밤 영혼이 떠나버려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면 그 많은 재산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느님께서는 이 부자가 재산을 부당하게 모았다고 탓하는 것도 아니고, 그 재산에 탐을 내신 것도 아니다. 단지 자기가 모은 재산이 전부 자기의 것이라고 생각함으로써 자신을 위해서는 부자이면서도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함을 탓하시는 것이다. 하느님 앞에서 부유하지 못한 사람은 누구나 이 부자와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주신 선물 중에서 가장 크고 귀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이다. 우리 모두에게 선물이 되어 오신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상의 죽음으로 인간을 죄에서 해방시켜 주셨을 뿐 아니라 그것도 모자라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에서 자신의 살과 피를 우리들 영혼의 음식, 즉 밥으로 내어주시는 사랑과 나눔의 성체성사를 세우셨다. 오늘도 예수님은 자신의 몸을 쪼개어 우리들 양식이 되고자 하신다. 이 음식을, 즉 그리스도를 먹는 우리는 그분의 유언에 따라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그분의 사랑에 감사하며, 우리가 가진 바를 나누기로 결심하는 것이 오늘 추석명절의 진정한 의미이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를 용서 받았고, 입을 것도 먹을 것도, 재산도 능력도 시간도 건강도 생명도 하느님으로 부터 거저 받았다. 우리가 하느님께 진 빚을 다 갚으려면 나 자신과 아내와 자식과 그 밖에 가진 것을 다 팔아도 모자랄 것이다.(마태 18,25 참조).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빚을 다 탕감해 주시고 오로지 우리가 가진 바를 서로 나누기를 원하신다. 땅에서 난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리고자 모인 우리는 받은 것을 하느님께 돌려드릴 줄 알아야 하고, 이것이 바로 서로 나누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주님의 추수의 날을 기다리며 하느님 나라에 불멸의 보화를 쌓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다면, 그 행복의 반 이상은 남에게 빚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인생은 매일 하루가 빚을 갚은 봉사의 삶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께 그리고 나의 이웃인 너에게 …[◆ 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