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1월25일(주일) - 설 명절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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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9년1월25일(주일) - 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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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9-01-26 조회수 :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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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명절 (구정) [오늘의 복음] 루가 12,35-40 <너희는 준비하고 있어라.>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복음산책] 달빛처럼 복스런 미소로 새날을 맞이하며... 음력으로 기축년 정월 초하루가 밝았다. 오늘은 달의 움직임에 따른 우리 민족의 고유명절인 설날이다. 더없이 밝고 따가운 태양에 비길 수는 없지만, 태양이 주지 않는 은근한 빛을 내는 달. 스스로 빛을 낼 수가 없어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야만 하는 달은 이따금 칠흑 같은 어둠을 밝혀주고, 간혹 따스함을 가져다준다. 태양빛은 생명을 살리고 깨워 움직이게 하지만 달빛은 생명이 휴식하고 잠을 자는 동안 이를 보살핀다. 이런 달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이 새해의 첫날을 맞이하는 날이다. 양력으로 새해를 맞이한 지 벌써 3주간이 넘어버렸다. 나름대로 세웠던 계획에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깨끗하게 지키려 했던 마음에 얼룩이 묻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인간은 매일 새로운 다짐과 결심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해야 한다지만, 설날인 오늘, 새로이 한해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큰 위로와 격려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다시 한 번 마음의 다짐을 새롭게 하고 새해 첫날에 세웠던 계획을 점검해야 하겠다. 동시에 우리와 늘 함께 하실 하느님의 은총을 구하며, 조상들의 영혼이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하며, 그들의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다음 이야기는 건설회사에 다니는 말단 직원인 한 아버지의 아름다운 고백이다. 그는 퇴근을 하여 집으로 들어가기 전, 언제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어김없이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 짜증과 화를 냈고, 그럴 때마다 두 딸과 아내는 그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그가 함께 있는 저녁시간 내내 집안은 어둠과 침울함의 장소로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 딸아이가 미술시간에 아빠 얼굴을 그렸다면서 내놓았다. 그려진 아빠 얼굴은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기분이 상해버린 아버지가 말했다. “이 아빠가 흑인이냐? 왜 얼굴이 이렇게 까맜니?” 그 이유를 묻자 딸이 대뜸 말했다. “응, 아빠는 언제나 화나고 찡그린 얼굴을 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아빠 얼굴을 검게 칠했어요. 그러면 아빠 얼굴의 화난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요!” 참으로 당돌한 대답이었지만 그 순간 아버지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지금껏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 그는 집에 들어가기 전이면 언제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의 불쾌한 기분을 지우고 웃는 얼굴을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힘든 일이 생기면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극복하려 했다. 얼굴의 미소는 그의 마음에도 똑같이 있었다. 그의 이러한 작은 노력으로 집안은 날로 화목해졌고, 집안에는 언제나 웃음꽃이 피었다. 가족 모두는 가정 안에 웃음꽃을 피우기 위해 그만큼 노력했던 것이다. 한 가정 안에서의 평화와 기쁨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는 단체나 공동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음력 설날을 맞아 새로이 한해를 시작하는 우리들 가정은 물론, 그 어떤 공동체에라도 평화와 기쁨을 보장하는 세 마디의 말씀을 오늘 성경에서 찾아보자. 첫째 말씀은 제1독서 민수기의 말씀이다. 너희가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민수 6,27) 그렇다. 하느님께서는 아무 계획이나 조건 없이 우리에게 복을 내리시지는 않는다. 우리 서로가 먼저 복을 빌어 주어야, 그 다음에 하느님께서 우리 위에 복을 내리신다는 것이다. 적어도 너를 대하는 나의 얼굴에 너를 향한 복스런 미소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평화의 시작이요 행복의 시작이다. 둘째는 제2독서에서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야고 4,15)는 야고보 사도의 말씀이다. 인간에게 붙어있는 생명은 한 줄기 연기일 따름인데, 이를 붙여주신 하느님의 의향도 모른 채, 자신의 힘만 믿고 계획을 추진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우리는 그저 하느님의 나에 대한 계획과 의향을 잘 살펴야 한다. 그것은 내일이나 먼 미래보다 당장 오늘 하루에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미래의 그 어떤 것도 오늘을 배제하거나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권고하신 “준비하고 있어라.”는 말씀이다. 물론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세상의 종말과 인자의 재림을 잘 준비하도록 당부하신 말씀이다. 항상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권고는 복음서의 중요한 테마 중의 하나다. 우리가 믿는 대로 하느님의 나라로 우리를 데려가시기 위해 주님은 분명히 다시 오실 것이다. 그때 주님의 선택은 마지막 순간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 생애를 근거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 끝 날까지 눈뜨고 살라는 말은 좀 심한 부탁이겠지만, 단 두서너 번 깨어 그렇게 하는 것도 심히 부족할 것이다. 위 말씀을 종합해 보면,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에 감사하면서, 그분의 계획과 의향에 합당하게 당장 주어진 하루에 충실할 것, 주님의 이름으로 남을 위해 복을 빌어주는 일을 세상 끝까지, 자신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하라는 부탁이다. 달빛 같은 은근한 미소와 웃는 얼굴로 자신과 가정과 이웃의 행복을 위해 당장 오늘 그렇게 살라는 부탁이다. 새해의 시작도 새 하루부터 시작되기에 그 시작을 잘 해야만 하루가 빛날 수 있다. 오늘은 그렇게 빛나게 될 하루하루가 모여 내 생애 전부가 빛날 수 있도록 겸손히 두 손 모으고 새로이 기도할 수 있는 날이다. “주님의 부름 소리에 저를 일으켜 세우니, 어서 제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제 안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불을 놓고 가소서. 어떤 인생의 시작도 새 하루부터 시작됨을 알기에 그 시작을 잘 해야만 남은 인생이 빛날 수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남은 인생만이라도 복되고 빛날 수 있도록 감사와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여는 하루의 아침! 영원의 기다림이 비로소 시작되는 하루의 아침을 하느님 은총의 빛으로 맞이하며,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는 동안에 이미 새 사람으로 거듭난 기쁨을 하루의 마지막 순간에 누릴 수 있도록 저를 불러주소서. 주님을 따르겠나이다. 아멘.”◆[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