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2월8일(주일) - 연중 제5주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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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8년2월8일(주일) - 연중 제5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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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9-02-07 조회수 :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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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5주일 (나해) [오늘의 복음] 마르 1,29-39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셨다.> 29) 그들은 회당에서 나와,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곧바로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갔다. 30)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어서, 사람들이 곧바로 예수님께 그 부인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31)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32)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다. 33) 온 고을 사람들이 문 앞에 모여들었다. 34)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다. 그러면서 마귀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들이 당신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35)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36) 시몬과 그 일행이 예수님을 찾아 나섰다가 37) 그분을 만나자,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38)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39)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온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셨다.◆ [복음산책] 하루의 시작이며 마감인 기도 오늘 복음의 내용은 소위 ‘예수님의 카파르나움에서의 하루’(마르 1,21-39)에 속한다. 지난 연중 제4주일 복음에서 보았듯이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공생활 첫 날인 안식일에 회당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거기 있던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을 고쳐주셨다. 악령들까지 예수님의 말씀에 복종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율법학자들 보다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였고, 그 소문은 삽시간에 갈릴래아 주변 지방에 퍼져나갔다. 오늘 복음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예수님께서 회당을 막 나서시자, 하셔야 할 일들이 태산같이 그분을 반겼다. 우선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에 들러서 열병을 앓고 있는 시몬의 장모님을 고쳐주셨고, 해가 저물어 문밖에 모여든 수많은 병자들과 마귀 들린 자들을 치유해주셨다. 늦게까지 일하신 예수께서는 잠시 눈을 붙이시고 먼동이 트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외딴 곳에서 기도하신 후 복음선포의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셨다. 안식일 회당에서의 예배, 예수님의 가르침과 구마활동이 끝났을 때가 아마 늦은 점심시간쯤 되었을 것이다. 회당에서 나오신 예수님께서 야고보와 요한과 함께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들어가셨다. 생각에 점심을 드실 곳이 마땅치 않아 시몬의 집을 찾아가신 것 같다. 그런데 마침 시몬의 장모가 열병을 앓고 누워있다고 한다. 열병(熱病)이라면 온 몸에 열이 나서 두통, 한기, 식욕부진, 수면부족 등을 증세를 보였을 것이다. 복음을 묵상하다 보면 어떤 장면에 이르러 다음 구절로 넘어가지 못하고 그곳에서 많은 생각에 잠길 때가 있다. 이 구절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시몬이 누구인가? 이미 결혼을 하여 처자식과 장모까지 변변찮은 어부의 직업으로 먹여 살려야 했던 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가 동생 안드레아와 함께 갈릴래아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다가 웬 낯선 사람의 “나를 따라오너라.”(1,17)는 부름에 즉각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졌으니, 장모의 마음을 누가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시몬의 장모가 앓고 있었던 병은 열병이라기보다 화병(火病)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별다른 말씀도 없이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31절)고 한다. 그러나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예수님과 시몬의 장모! 두 사람의 마주친 시선과 짧은 접촉은 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면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말이다. 해가 지고 날이 저물었을 때에 사람들이 가능한 모든 병자와 마귀 들린 사람을 시몬의 집 앞에 데려왔고, 동네 사람들까지도 모두 모여들었다.(32-33절) 해가 지고 난 뒤에 사람들이 이 일들을 한 것은 그날이 안식일이었기 때문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내라.”(탈출 20,8)는 모세의 율법은 안식일에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쉬어야 하며, 병자들이나 짐을 들것에 실어 옮기지 못하는 등 많은 안식(安息)의 규정을 두고 있다.(예레 17,21-22; 요한 5,10) 그런데 유대인들은 해가 지고 나면 이미 다음 날이 되는 관습을 따른다. 아무튼 예수님께서는 자기에게 오는 모든 사람들의 필요를 채워주신다. 우리가 두 손에 무엇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 더 받을 수 없으나, 빈손으로 있다면 가득 받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예수님께 몰려온 사람들은 가진 것이 없는 ‘빈손의 사람들’이었다. 그 빈손들이 풍족함을 선물로 받았던 것이다. 카파르나움에서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그것은 단지 해가 지고 밤이 와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하루는 새벽까지 계속된다. 바로 동이 트기도 전, 이른 새벽까지가 예수님의 하루 마감이며, 동시에 새날의 시작이다. 그 기준은 바로 기도이다. 하루 종일 가르침과 치유활동으로 지친 몸은 휴식과 잠으로 풀 수 있겠지만, 복음선포의 원동력은 아버지와의 만남과 대화, 즉 기도로 회복된다. 이점을 예수께서는 잊지 않고 계시는 것이다. 기도는 예수님의 복음선포를 견인(牽引)하는 원동력이며, 하루의 마감이자 시작이다. 시몬과 그 일행도 예수님을 찾아다니지만 말고(36절), 제자 됨의 기본인 기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