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6월15일(주일) - 연중 제11주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 복음 묵상

복음 묵상

[] 2008년6월15일(주일) - 연중 제11주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 : 2008-06-14 조회수 : 2,090

본문

◎ 연중 제11주일 (가해) [오늘의 복음] 마태 9,36-10,8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파견하셨다.> 36)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37)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38)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10,1)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셨다. 2) 열두 사도의 이름은 이러하다. 베드로라고 하는 시몬을 비롯하여 그의 동생 안드레아,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3)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 토마스와 세리 마태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타대오, 4) 열혈당원 시몬, 그리고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5) 예수님께서 이 열두 사람을 보내시며 이렇게 분부하셨다. “다른 민족들에게 가는 길로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들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마라. 6)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7)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8)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복음산책] 누가 추수의 일꾼이 될 것인가? 주지하고 있다시피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공생활 중에 펼치신 가르침과 행적을 비교적 조직적으로 편집하였다. 마태오복음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그 주제에 따라 ① 산상설교(5-7장), ② 파견설교(10장), ③ 비유설교(13장), ④ 공동체설교(18장), ⑤ 종말설교(24-25장)로 나누고 있으며,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10가지의 기적사화를 한데 모아(8-9장) 보도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기적사화를 마무리 하면서, 12 사도의 선발과 함께 파견설교를 시작하는 내용에 해당된다. 예수님의 기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서 기적을 행하시는 능력이 하늘에서 온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어떤 악의 세력에서 왔다고 폄하한다. 이들을 제외한 이스라엘 군중은 매우 놀라워하며 예수님을 통하여 드러난 하느님의 손길을 두려워하며 찬양한다. 기적을 행하신 후 예수님께서는 치유의 은혜를 입은 이들에게 통상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함구령을 붙여두지만 별 소용이 없다. 예수님은 다 알고 계신다. 당신에게서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군중은 기이한 일들을 보았기에 놀라워하며 이를 널리 퍼뜨리기에 바빴고, 바리사이들은 이런 기적만으로는 예수가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각은 다른 데 있으시다. 예수님께서 보시기에 모든 백성은 그저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는 가엾고 불쌍한 사람들일 뿐이다.(36절)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 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예수님의 판단은 이제 곧 제자들 중에서 사도들을 선발하는 예식으로 이어진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9,37-38) 주인한테 청을 올린다고 해서 일꾼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아니다. 스승께서 직접 제자(弟子)들을 선발하여 세상의 추수에 필요한 일꾼, 즉 사도(使徒)로 임명해 주시는 것이다. 갈릴래아를 무대로 본격적인 전도활동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사람들을 당신 곁으로 부르셨다. 그것은 예수님의 인류구원사업이 예수님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이 아니라 인간의 협조가 있어야 함을 암시하는 것이다. 물론 구원의 주체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이시다. 그러나 구원의 대상이 인류, 즉 사람이라는 점이 그리스도 강생(降生)의 핵심이다. 인간의 구원협조는 하느님의 소명(召命)아래 천지창조 때부터 구약시대와 신약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수행되어왔다. 하느님 소명의 절정(絶頂)은 두말할 것 없이 동정녀 마리아의 소명이다. 성모 마리아를 어머니로 모신 교회(敎會)의 소명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배를 손질하던 어부출신 시몬 베드로와 동생 안드레아,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이 네 사람을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신 것(마태 4,18-22)으로 시작되었다. “회개하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는 예수님의 복음과 수많은 병자치유의 기적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본 사람들이 갈릴래아와 데카폴리스와 예루살렘과 유다와 요르단 강 건너편에서 몰려와 무리를 지어 예수님을 따르게 된다.(마태 4,25) 이로써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스승님께서 그 많은 무리의 제자들 중에서 정예부대를 선발하셨다. 제자(弟子)들은 많았지만 사도(使徒)로 뽑힌 사람은 열둘이었다. 열둘은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를 의미한다. 그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많은 제자들 중에 오늘 복음에 거명(擧名)된 사람들만 사도로 선발되었는가? 그 이유는 예수님의 마음에 물어보아야 할 것이지만 마태오복음사가의 복음편집 의도 또한 수긍해 볼만하다. 사도선발의 기준은 어떤 특별한 조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앞서간 복음에 들어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바로 산상설교(5-7장)와 기적사화 집성문(8-9장)에 있다. 즉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또 이들을 통하여 예수님께 놀라움 이상의 믿음을 마음에 간직한 사람, 적어도 이 믿음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 자신을 돌보기보다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가르침과 행적을 지속적으로 돌보고 전파할 수 있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사도(使徒)로 선발되는 것이다. 그들 가운데는 배반자도 포함되어 있다. 이스카리옷 유다가 당신을 배반할 것을 뻔히 알고 계시면서도 왜 사도로 선발하셨을까? 이렇게 따지자면 베드로도 멀리 못 간다. 베드로도 유다에 못지않게 스승을 배반하게 된다.(26,69-75) 그러나 유다는 뉘우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렀지만(27,3-5), 베드로는 회개의 눈물을 흘린 후 다른 방법으로 대가를 치르는 이상의 가치를 지닌 순교(殉敎)로 스승을 따라간다. 결국 선발은 예수님께서 하시지만 사도로서의 실존(實存)은 스스로의 태도에 의해 좌우되며, 사도로서의 진가(眞價)는 삶의 마지막인 죽음이 밝혀 줄 것임을 우리가 배우게 되는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바탕으로 제각기 그리스도의 사도직에 참여한다. 그리스도의 사도직에 참여한다는 것은 초기 교회의 사도들이 하던 일과 같다. 이는 곧 12 사도들이 세상에 나가 스승인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수행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세상에 하늘 나라의 도래와 그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그 표지로 구마기적과 치유기적을 행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아버지로부터 받은 능력을 세상에 모두 베푸셨듯이 사도들도 스승으로부터 받은 능력을 남김없이 그저 베풀어야 한다. 오늘날 사도로서의 진정한 태도는 세상의 악한 세력에 항거하여 이를 물리치고, 병자와 노약자, 가난한 자와 억압받는 자 등 세상의 소외된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베풀며, 길 잃은 양을 찾아 세상 끝까지라도 가서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하늘 나라의 복음을 전파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소홀히 하는 사도는 그에게서 이름만 있을 뿐 아무 의미도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