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11월23일(주일) - 그리스도 왕 대축읿 >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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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11월23일(주일) - 그리스도 왕 대축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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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8-11-25 조회수 :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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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 왕 대축일 (가해) [오늘의 복음] 마태 25,31-46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아 그들을 가를 것이다.> 31) “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32) 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33)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34) 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35)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36)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37) 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38)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 39) 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40)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41) 그때에 임금은 왼쪽에 있는 자들에게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42)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43)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와 감옥에 있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44) 그러면 그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시거나 목마르시거나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또 헐벗으시거나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시중들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45) 그때에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46) 이렇게 하여 그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가고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곳으로 갈 것이다.”◆ [복음산책]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시는 분’ 한해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로서 오늘 주일의 이름은 ‘그리스도 왕 대축일’이다. 대림절을 시작으로 주님의 오심을 기다렸고, 성탄절로 하느님의 사람 되심을 기뻐했다. 공현시기에 우리도 나아가 동방박사들 틈에 끼어 구세주를 경배하였으며, 얼마간의 연중시기를 보냈다. 재의 수요일로 사순절을 시작하며 이마에 재를 받았고, 나 또한 한 줌의 재로 갈 것을 기억하였다. 보속과 참회로 지냈던 사순절은 참으로 은혜로운 시간들이었다. 그 은혜의 기쁨은 부활절로 절정에 달했다. 죽음 뒤에 이어질 영광스런 부활의 희망으로 멀고도 긴 연중시기를 잘 달려왔고, 이젠 그 마지막에 이르렀다. 오늘은 나의 왕이신 구세주 그리스도의 날, 그분을 우러러 두 손을 펼쳐 들고 지난날들의 모자람을 한껏 채워 주시라, 다가올 새날들을 은총으로 비추어 주시라 기도드린다. 연중 제34주일로서 한 해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인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의 원명(原名)은 ‘우주의 왕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대축일’(Domini Nostri Jesu Christi, Regis Universorum Solemnitas)이다. 오늘 대축일은 1925년 교황 비오 11세의 회칙 ‘과스 프리마스’(Quas primas)를 통하여 제정되었다. 1925년은 325년 가톨릭교회의 첫 공의회로서 ‘니체아 신경’을 선포한 니체아공의회 개최 1,600주년의 해였다. 교황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아 무참하게 파괴된 참담한 세계상을 니체아 신경을 바탕으로 다시 세우고자 했다. 교황은 우주와 세상의 참된 자유와 평화, 그리고 안정된 질서란 오직 그리스도를 왕 중의 왕으로 인정하고 그분의 절대적인 통치권 아래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선포하려했었다. 물론 그리스도의 절대적인 통치권을 현세적으로만 생각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 대축일은 1969년부터 지금처럼 한해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에 기념하게 되었고, 성교회는 오늘 성모님과 더불어 우주만물의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인생길의 궁극적인 목적이며,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인도하시는 유일한 중개자요, 구세주요, 왕이시며,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심’(1코린 15,28)을 장엄하게 고백하고, 그분께 충성을 맹세한다. 그러나 한 번 자문해 보자. 그리스도 예수가 과연 구세주요, 왕인가? 우리는 예수님이 과연 세상과 인류의 구세주요, 왕이신지, 좁게는 나의 인생에 있어서 그분이 정말 구세주요, 왕이신지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질문은 예수님과 나 자신과의 관계를 규명하고, 나아가 삶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이다. 예수님이 구세주라는 점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믿음으로 쉽게 동의할 것이다. 쉽게 동의하는 이유는 구세주께서 당장은 나의 삶을 어떻게 할 수 없는 분이며, 이는 미래 또는 사후(死後)에 국한된 차원이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왕이라는 점에는 어렵게 동의할 것이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왕이시라면 당장 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왕의 명령을 당장에 거역할 백성도 종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 거역은 곧 죽음이다. 예수님께서 왕이시라면 내 삶의 모든 면에서 그분은 주군(主君)이 되신다. 하지만 예수님의 인생에서 왕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으며, 그분이 스스로를 왕이라 하신 적도 없다.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마태 27,11)라는 빌라도의 질문에 긍정의 뜻을 보이셨다. 군중이 예수님을 임금으로 삼으려고 한 적도 있고(요한 6,15), 총독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유다인의 임금’(마태 27,29)이라 부른 적도 있다. 게다가 예수님의 머리 위에 죄목으로 붙여진 명패에는 분명히 ‘왕’이라고 적혀있다. “INRI”(Iesus Nazarenus Rex Iudaeorum; 마태 27,37; Jesus of Nazareth, King of the Jews).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는 뜻이다. 아울러 예수님은 오늘 복음인 ‘최후심판’의 비유 안에서 옥좌에 앉으신 왕으로 등장하신다. 이처럼 내가 인정하지 않아도 그분은 절대적 통치권을 지닌 왕이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세상의 종말과 함께 들이닥칠 최후의 심판을 주도할 그리스도 왕이 현세 안에서 굶주림, 목마름, 헐벗음, 병듦에 허덕이고 감옥에 수감된 비천한 자였다는 사실이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40절)이며,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45절)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형제 중에 보잘 것 없고 비천한 자가 곧 그리스도 왕이며, 그에 대한 봉사가 영원한 생명을 가능케 하고, 그에 대한 외면이 영원한 저주를 초래 한다면, 그가 곧 나에게 구세주인 것이다. 우리 곁에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형제자매가 있는 한, 우리는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께서 왕이시며 동시에 구세주이심을 거부할 수 없다. 그분은 이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시기 때문이다.(1코린 15,28)◆[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