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1월1일(목)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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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1월1일(목)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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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9-01-10 조회수 :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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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일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나해) [오늘의 복음] 루카 2,16-21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의 아기를 찾아냈다. 여드레가 차서,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16) 그리고 [목자들은]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17)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18)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 19)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20)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 21)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자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것은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 준 이름이었다.◆ [복음산책] 새해 첫날의 명함 오늘은 새로운 한해의 첫날, 주님성탄 팔일축제의 마지막 날,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새해 1월 1일이다. 1년 열두 달을 시작하는 첫날의 명함은 이렇듯 거창하고 복잡하다. 오늘 하루가 이 모든 직함의 역할을 담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오늘 또한 1년 365일 중의 하루인데, 유독 오늘이 이 많은 의미의 날을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러기엔 오늘도 다른 날과 똑같이 너무 작은 하루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나 오늘이 분명 다른 여느 날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사람들의 행동에서 알 수 있다. 새해의 해돋이를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은 벌써 며칠 전부터 해맞이 길을 재촉했다고 하니 말이다. 부산 해운대로부터 동해의 간절곶, 호미곶, 정동진 등 곳곳에 사람들이 진을 치고 평소와는 다른 마음으로 한해의 소원을 빌며 해를 맞는다. 해맞이를 하는 데는 높은 산도 좋다. 멀리 동해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새벽녘에 산을 찾는다. 그런 곳에서 새해의 태양이 떠오름을 울컥하는 심정과 온몸의 전율로 맞이한다는 것은 하나의 행운이다. 사람들은 그 행운을 간직하며 한 해 동안 계속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우리 중에 대부분은 가족 단위로나 각별히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과 함께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10초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시작하여 새해 0시를 환호와 열광으로 맞이하였을 것이다. 그러고는 샴페인을 터뜨리고 서로에게 덕담을 하며 새로운 한해를 축원했을 것이다. 새해의 첫날, 1월 1일을 다른 여느 날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하루가 이 많은 사람들의 소망과 꿈들을 담아낼 수 없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오늘은 한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희망의 날이다. 오명(汚名)과 묵은 때를 씻으며, 아픔과 실패를 딛고 다시 설 수 있는 그런 결심을 할 수 있는 날이다. 잘해오던 일은 더 잘할 수 있도록 다짐과 재충전의 힘을 주는 그런 날이다. 새해는 그런 용기와 힘을 주기에 충분한 날이다. 다른 날과 똑같은 태양의 오름으로 시작되는 날인데 유독 새해 첫날이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해 달력의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유를 다 열거하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랄 것이다. 새해의 첫날은 우선 주님성탄 팔일축제의 마지막 날로서 이는 인류구원의 서막을 알리는 구세주의 성탄, 즉 하느님 사람 되심의 육화사건이 충만한 날이다. 그것은 오늘 새해 첫날에 봉독되는 미사복음으로 미루어 볼 수 있다. 모든 사내아이는 태어난 지 여드레 만에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모세의 율법(창세 17,12; 레위 12,3)에 따라 예수님의 부모도 여드레가 찬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고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예수’는 마리아가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던 순간 천사가 알려주었던 이름으로서 “야훼께서 구원하신다.”는 뜻이다. 예수는 곧 하느님의 이름이다. 이는 곧 하느님의 이름이다. 이는 하느님 스스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사람이 되신 이름이다. 이제는 누구든지 이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이 이름을 받들어 부름으로써 구원에 이르게 되며(로마 10,13) 이 이름 앞에 만물이 무릎을 꿇게(필리 2,10) 될 것이다. 새해의 첫날은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여 사람의 아들이 될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축성되었다. 하느님이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그 육을 취하려는 사랑의 간청에 사람인 마리아는 완전한 자유의지로 순명하였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협조하여 생명과 평화의 근원이신 성자(聖子) 하느님께 인간의 얼굴을 선사하여 사람이 되게 하였다. 그럼으로써 마리아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마리아의 ‘천주의 모친’이라는 호칭은 이미 431년 에페소공의회에서 공적으로 승인되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1970년 전례개혁을 통하여 교회는 성모 마리아의 고귀한 순명과 겸손의 정신을 받들어 새해 첫날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기념하게 되었다. 아울러 새해 첫날은 ‘세계 평화의 날’로 축성되었다. 20세기에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치르고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참담한 현실을 안타까워하신 교황 바오로 6세는 지난 1967년 새해 첫날을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날로 제정하였다. 그렇다고 사람이 새해 첫날을 축성한 것은 아니다. 창조의 첫날에 시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이 날을 거룩하게 하셨고, 또 좋게 보시며 축복하여 주셨기 때문이다.(창세 1,3-4) 새해의 첫날에 뒤를 돌아보면서 과거의 허물을 들추어 오늘을 김새게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속에 과거가 묻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해는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는 허물과 아픔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새해의 첫날로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고 해서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모든 아픔과 문제들이 고스란히 새해 첫날인 오늘 안에 잠재하여 있다. 내일이면 틀림없이 이런 문제들로 어제처럼 전국이 들썩거릴 것이다. 물론 그런데 익숙한 우리들이다. 늘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말자. 오늘처럼 살아보자. 소망은 살찌우되 욕심은 버리고 살자. 겉모양은 단정히 하되 허례허식은 버리고 참된 가치를 좇아 살아가자. 파고드는 아픔을 남에게 떠맡기지 말고 온몸으로 받아들여 마음껏 아파함으로써 극복하자. 우리의 주님이 그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님의 말씀과 함께 하고 그분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삶을 살아보자. 새해 첫날의 발걸음을 탄생하신 주님과 함께 힘차게 내어 딛자. 새해 첫날, 하느님께서 온 누리에 베풀어 주시는 축복을 한껏 받고 이를 서로 나누기로 결심하면서 말이다.◆[박상대 마르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