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6월01일(주일) - 연중 제9주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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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8년6월01일(주일) - 연중 제9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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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8-05-31 조회수 : 2,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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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9주일 (가해) [오늘의 복음] 마태 7,21-27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21)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22 그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주님,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하고 말할 것이다. 23 그때에 나는 그들에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 하고 선언할 것이다.” 24)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25)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26)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27)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복음산책] 생각은 행동이 아니다. 마태오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잘 알려진 산상설교(5-7장) 안에서 그 진수를 이룬다. 단편적으로 볼 때 산상설교의 모든 가르침은 각각이 독자적인 주제가 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예수께서는 산상설교를 통하여 참된 행복의 길을 가르쳐주셨고(5,3-12), 이어서 유대교의 가장 중요한 율법조문에 해당하는 십계명을 그 근본정신에 따라 과감하게 심화시켜 새롭게 해석한 6개의 대당명제(5,21-48)를 선포하셨다. 산상설교의 둘째 부분(6-7장)에서는 신앙인의 성덕에 관한 가르침으로서 자선(慈善)과 기도(祈禱)와 단식(斷食), 그리고 가치관, 재물관, 대인관계 등에 대한 새로운 삶의 태도를 제시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7,12)는 황금률을 구약의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으로 재확인하셨으나, 제자들에게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의 그것을 능가하는 새로운 ‘의로움’과 ‘완전함’을 요구하셨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주신 모든 가르침을 머리로 깨닫고, 마음에 새긴 다음, 실제로 행동에 옮겼을 때 비로소 하늘나라에 들 자격이 있다는 엄중한 경고로 산상설교를 마무리 짓고 있다. 하느님의 뜻과 정신이 담긴 산상설교는 연구의 대상으로나 강론이나 청취만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복음이 가리키는 ‘슬기로운 사람’, 그는 예수님의 출현으로 시작된 메시아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정확히 몸과 마음을 일치하여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는 반석 위에 집을 짓는다. ‘어리석은 사람’, 그는 아무 것도 예견하지 못하고 오직 자기만을 위해서 산다. 그가 자기만을 위해 쏟아 부은 세월들은 마지막에 가서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 그는 모래 위에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반석과 모래의 기준은 하느님의 뜻과 정신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가르침을 얼마나 실천하느냐 데 있다. 비가 내리고 큰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닥친다는 말은 현실적 의미의 시련을 뜻하기도 하지만, 나아가 그리스도의 종말론적 심판과 통치를 뜻한다. 미구에 들이닥칠 그리스도의 종말론적 심판과 통치 앞에 반석 위의 집은 굳건하여 번창하겠지만, 모래 위의 집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겉으로는 올바르게 보이는 행위도 때로는 남을 속일 수 있다. 예수님께서 거짓 예언자와 참 예언자를 식별하기 위하여 애쓰지 말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7,15-20) 이는 거짓 예언자들도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마귀를 쫓아내고 기적을 행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가 식별의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생사람을 잡을 수도 있는 일이다. 입으로는 ‘주님, 주님’ 하면서 일신(一身)의 영달(榮達)만을 꽤하는 자들, 속으로는 사나운 이리를 지니고 겉으로는 양의 탈을 쓴 거짓 예언자와 사목자는 교회가 애써 식별하지 않더라도 종말에 가면 그리스도 예수님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된다.(23절)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 행위 자체가 그들을 심판할 것이다. 그들이 주님을 안다고 하면서 주님을 부르고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과 사목을 했다지만 마지막에 가서 주님이 그들을 모른다고 하면 끝이다. 우리가 주님을 지식으로 알고, 그분의 이름을 부르고, 행하는 설교와 사목활동 속에 주님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구체적인 행위 속에 주님의 뜻과 이름이 육화(肉化)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산상설교의 심오한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기고 새긴 바를 따라 살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반석 위에 자기 집을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