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11월16일(주일) - 연중 제33주일 (평신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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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제33주일 (가해) [오늘의 복음] 마태 25,14-30 <또는 24,14-15.19-21>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14) “하늘 나라는 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종들을 불러 재산을 맡기는 것과 같다. 15) 그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한 사람에게는 다섯 탈렌트, 다른 사람에게는 두 탈렌트,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탈렌트를 주고 여행을 떠났다. <16)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는 곧 가서 그 돈을 활용하여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다. 17) 두 탈렌트를 받은 이도 그렇게 하여 두 탈렌트를 더 벌었다. 18) 그러나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물러가서 땅을 파고 주인의 그 돈을 숨겼다.> 19) 오랜 뒤에 종들의 주인이 와서 그들과 셈을 하게 되었다. 20) 다섯 탈렌트를 받은 이가 나아가서 다섯 탈렌트를 더 바치며, ‘주인님, 저에게 다섯 탈렌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다섯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1)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22) 두 탈렌트를 받은 이도 나아가서, ‘주인님, 저에게 두 탈렌트를 맡기셨는데, 보십시오, 두 탈렌트를 더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3)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일렀다. ‘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 와서 네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어라.’ 24) 그런데 한 탈렌트를 받은 이는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께서 모진 분이시어서,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시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5) 그래서 두려운 나머지 물러가서 주인님의 탈렌트를 땅에 숨겨 두었습니다. 보십시오, 주인님의 것을 도로 받으십시오.’ 26) 그러자 주인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이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내가 심지 않은 데에서 거두고 뿌리지 않은 데에서 모으는 줄로 알고 있었다는 말이냐? 27) 그렇다면 내 돈을 대금업자들에게 맡겼어야지. 그리하였으면 내가 돌아왔을 때에 내 돈에 이자를 붙여 돌려받았을 것이다. 28) 저자에게서 그 한 탈렌트를 빼앗아 열 탈렌트를 가진 이에게 주어라. 29)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30) 그리고 저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복음산책] 비교는 불행을, 감사는 행복을 … 11월 위령성월과 함께 저물어 가는 교회 전례력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종말과 심판에 관한 복음을 들려준다. 우리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께서 곧바로 성전을 정화하신 후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급 인사들과 본격적으로 논쟁을 벌이고, 그들의 고정관념을 전적으로 뒤흔드는 폭탄선언을 내리심을 보았다. 예수님께서는 특별히 ‘두 아들의 비유’(마태 21,28-32),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마태 21,33-46), ‘혼인 잔치의 비유’(마태 22,1-14)말씀과 ‘가장 큰 계명’으로서 하느님사랑과 이웃사랑의 선포(마태 22,34-40), 그리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 대한 불행선언(마태 23,1-36)으로 이 작업을 수행하셨다. 세상종말과 심판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은 예루살렘 도성을 두고 한탄하심을 시작으로 성전파괴에 관한 예언으로 이어진다. 세상종말의 날과 그 시간에 대한 지식은 오직 아버지에게만 유보된 가운데(마태 24,36), 언제 들이닥칠지 아무도 모르는 그 때를 대비하는 일은 오로지 ‘깨어 있음’(마태 24,42)과 ‘준비하고 있음’(마태 24,44)뿐이라고 하셨다. 깨어있어야 하는 이유는 종말의 시간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고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의 아들’이 큰 권능과 영광을 떨치며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실 때 ‘선택 받은 이들’(마태 24,31)에 속하기 위함이다. 후자는 곧 종말 후에 세워질 새로운 나라, 즉 하느님 나라에 들기 위함이다. 결국 불시(不時)에 들이닥칠 세상의 종말과 인자의 심판을 뜬눈으로 깨어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종말과 더불어 시작되는 하느님 나라의 시민(市民)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살아 있는 동안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으나(루카 17,21) 종말에 가서 완성될 하느님 나라에서 시민으로 살 수 있는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4편의 비유를 통하여 자세히 말씀해 주신다. ①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비유(마태 24,45-51), ② 열 처녀의 비유(마태 25,1-13), ③ 탈렌트의 비유(마태 25,14,30), ④ 최후 심판의 비유(마태 25,31-46)가 그것이다. 오늘 복음은 종말과 심판에 관한 비유 4편 가운데 탈렌트의 비유(25,14-30)에 해당된다. 오늘 비유말씀에 등장하는 ‘어떤 사람’은 많은 종을 부리는 아주 부자가 틀림없다. 주인은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종들을 불러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재산을 맡긴다. 루카복음은 ‘미나의 비유’(19,11-27)에서 열 명의 종에게 각각 한 개의 미나( 100 데나리온)를 맡기는데 비하여 마태오복음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재산을 종들에게 맡긴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한 데나리온이 일꾼의 하루 품삯에 해당하니 한 탈렌트는 6,000 데나리온이다. 따라서 세 명의 종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각각 다섯 탈렌트(30,000 데나리온), 두 탈렌트(18,000 데나리온), 한 탈렌트(6,000 데나리온)를 받는다. 그리고 주인은 떠났다. 종들에게 이 많은 돈을 맡기면서 어떻게 하라는 지시도 없고 언제 돌아오겠다는 말도 없다. 따라서 맡은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종들에게 달려있다. 주인이 떠나간 후에 3명의 종들은 각기 받은 탈렌트로 첫째와 둘째는 배가(倍加)시켰고, 셋째는 그냥 땅에 묻어 두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느닷없이 주인이 돌아와서 종들과 셈을 밝히게 된다. 셈의 결과는 오늘 복음이 보여주는 바와 같다. 탈렌트의 비유에서 우리가 배우게 되는 종말교훈은 다시금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깨어 기다리는 것’이다. 초기 교회가 당면한 ‘재림지체 현상’을 염두에 두고 ‘열 처녀의 비유’(25,1-13)와 ‘최후심판의 비유’(25,31-46)와의 맥락에서 탈렌트의 비유를 묵상하여야 한다. 출타한 주인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과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꼭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 사이의 긴장감은 일상의 신앙생활을 통하여 해소되어야 한다. 깨어 기다린다는 것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믿음의 마음을 굳건히 하고, 목적의식을 뚜렷이 가지며,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두 번째 교훈이 들어 있다. 비유가 주는 둘째 교훈은 각자가 받은 탈렌트(Talent)를 종말의 시기까지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그릇에 맞게 능력을 주셨다. 비유에서 보듯이 받은 능력의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받은 것을 그냥 묻어두어서도 안 된다. ‘얼마나 많은’ 능력보다는 많던 적던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양을 가지고 남의 것과 비교하는 순간 인간의 불행은 시작되는 것이다. 반대로 양에 관계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능력을 신뢰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사용한다면 여기서 인간의 행복은 시작될 것이다. 이 행복은 단순히 이 세상의 행복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행복은 작은 일에 성실한 자가 더 큰 일에도 충실할 수 있다는 주인의 신뢰와 더불어 이 세상에서 더 많은 일을 맡아 누리는 행복이며, 나아가 세상의 종말 후에 펼쳐질 새로운 하느님의 나라에서 주인과 더불어 기쁨을 나누며 영원히 살 수 있는 행복이다.◆[박상대 마르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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