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3월16일(주일) - 주님수난성지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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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수난 성지 주일 (가해) [오늘의 복음] 마태 21,1-11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수난 복음] 마태 26,14-27,66 [복음산책] 구경꾼인가? 동반자인가? 우리는 5주간 전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희생과 극기를 통한 사랑의 실천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향한 우리의 마음과 생활을 준비하여 왔다. 오늘 우리는 세상의 온 교회와 더불어 손에 종려가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며, 주님의 수난 복음을 봉독함으로써 그분의 고통과 수난 받으심, 그리고 죽으심을 묵상한다. 아울러 오늘부터 사순절의 그 마지막 절정인 성주간을 시작한다. 교회는 오늘 주님수난성지주일을 시작으로 1년 전례력 가운데 가장 거룩한 한 주간인 성주간(聖週間)을 맞이한다. 성주간은 예수께서 비천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시작으로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시는 월요일, 유다와 베드로의 배반을 예고하시는 화요일, 유다의 실제적인 배반과 최후의 만찬을 준비시켜 그 만찬에 임하시는 수요일,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을 통해 성체성사를 제정하시고, 친히 제자의 발을 씻겨 사랑의 본보기를 주시며, 게쎄마니 동산에서 피땀 섞인 마지막 기도를 아버지께 바치신 성목요일,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체포되어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결국에는 사형선고를 받고 갖은 수모와 조롱의 십자가를 지고 죽음에 이르는 성금요일, 그리고 살아 계실 적에 한 번도 누리지 못했던 안식의 무덤에 묻히시는 성토요일로 구성되어 있다. 성주간의 이러한 의미는 오늘 주님수난성지주일의 모든 전례 독서에 잘 담겨져 있다. 오늘 성지주일의 전례는 ① 제1부: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 기념식과, ② 제2부: 수난복음을 중심으로 한 미사전례로 구성된다. 제1부에서는 가지를 축복한 후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에 관한 복음(마태 21,1-11)을 듣고, 손에 축복한 가지, 즉 성지(聖枝)를 들고 행렬하는 예식을 갖는다. 성지를 손에 들고 행렬하는 예식은 당시 군중이 나뭇가지를 꺾어다 길에 깔았던 것(마태 21,8; 마르 11,8)과 손에 종려나무 가지들을 들고 예수님을 환영한 것(요한 12,13)을 기념하는 것이다. 제2부에서는 수난복음의 모든 내용이 미사성제의 핵심인 성체성사가 어떻게 가능했던 지를 보여준다. 예루살렘 입성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 둘을 시켜 새끼 나귀 한 마리를 구해 오도록 하신다. 메시아이신 예수님은 정의와 평화의 왕이시기도 하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이미 예언자 즈카르야를 시켜 말씀하셨듯이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왕들이 타는 군마(軍馬)가 아닌 겸손을 상징하는 나귀를 타고 오신 것이다. “딸 시온아, 한껏 기뻐하여라. 딸 예루살렘아, 환성을 올려라. 보라, 너의 임금님이 너에게 오신다. 그분은 의로우시며 승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겸손하시어 나귀를,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그분은 에프라임에서 병거를, 예루살렘에서 군마를 없애시고 전쟁에서 쓰는 활을 꺾으시어 민족들에게 평화를 선포하시리라. 그분의 통치는 바다에서 바다까지, 강에서 땅 끝까지 이르리라.”(즈카 9,9-10; 마태 21,5 참조) 우리는 오늘의 전례가 관중들의 믿음과 불신, 환호와 배신, 기쁨과 슬픔 등의 두 가지 서로 다른 감정의 측면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오늘 전례는 사뭇 의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는 말이다. 예수께서는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마태 21,9)하고 외치며 환호하고 기뻐하는 수많은 군중에 둘러 싸여 성대하고 웅장하게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우리도 오늘 이 미사를 시작하면서 행렬을 통하여 그 기쁨에 동참한다. 그러나 곧바로 미사 중에 듣게 되는 수난복음을 통하여 기쁨과 환호의 장면들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마태 27,22) 하고 외치는 군중과 함께 모든 것이 아픔과 죽음으로 향하는 비탄에 젖은 분위기를 느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오늘 주일을 ‘성지주일’(환호와 열광), 또는 ‘수난주일’(고통과 죽음)이라 하며, 이 둘을 합쳐서 ‘주님수난성지주일’이라 부르는 것이다. 사실상 예수께서는 당신의 공생활 중에 한 번도 스스로 영광을 받으려 하시지 않았다. 병자들과 악령 들린 사람들을 치유하는 기적을 행하신 후에도 당신의 이름을 알리지 말기를 단단히 당부하셨으며,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 명 이상의 군중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을 베푸신 후에 군중들의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 했지만 그분은 거절하시고 오히려 그 자리를 피하셨다. 그러나 오늘은 예수께서 지금껏 받지 못하셨던 영광을 허락하시고 환호와 열광을 한 몸에 받으신다. 그분은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 하고 환호하는 군중의 외침을 말없이 받아들이신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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