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8월12일(주일) - 연중 제19주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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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7년8월12일(주일) - 연중 제19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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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7-08-12 조회수 : 2,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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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일 - 다해 [오늘의 복음] 루카 12,32-48 [강론] 준비와 기다림 오늘 복음을 묵상하기 전에 지난주일 복음의 내용을 잠시 떠올려 보자. 지난 주일 복음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는 것이었다. 재산은 오히려 탐욕을 불러와 생명을 더 위태롭게 할뿐만 아니라, 탐욕이 극에 달하면 영원한 생명은커녕 현실의 생명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수님께서는 ‘어리석은 부자의 예화’를 들어 잘 가르쳐 주셨다. 부자가 자신이 가진 재물의 힘으로 현재의 삶은 보장받을 수 있으나 미래의 삶은 자기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미래는 하느님의 손에 있을 것이며, 누구든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빈손으로 그분 앞에 서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자들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고 구하도록 불림을 받은 사람들인 것이다. 예수의 아버지께서 하느님의 나라를 제자들에게 기꺼이 주시기로 하셨다지만 아무런 노력 없이 그저 받을 수 없는 것이 하느님의 나라이다. 오늘 복음은 아버지께서 기꺼이 주시려는 하느님의 나라를 합당하게 영접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 방법은 준비와 기다림의 두 가지로 제시된다. 첫째는 준비로서, 도둑이 들거나 좀먹는 일이 없는 하늘의 창고에 재물을 쌓는 방법이다. 하늘에 재물을 쌓아야 하는 이유는 재물이 있는 곳에 우리의 마음이 함께 있기 때문이며, 그 방법은 자신이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자선(慈善)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선은 기도와 단식과 함께 신앙인의 기본 덕목이다. 둘째는 준비하고 있는 기다림이다.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밝히고 잘 기다려야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소홀함이 없이 잘 수행하면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베드로가 던지 질문 앞뒤에 배치된 두 가지 예화에서 더욱더 잘 드러난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깨어 준비하는 종의 모습과 자기에게 맡겨진 일과 책임을 잘 관리하고 수행하고 있다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돌아올 주인을 맞이하는 종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준비와 기다림은 특정한 누구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영접할 모든 백성들, 특히 그 백성을 지도하는 책무를 맡은 자는 준비와 기다림에 더 큰 정성을 쏟아야 한다. 오늘 복음을 지난주일의 복음과 연결하여 보면 하느님 나라를 위한 준비와 기다림이 분명히 현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인자의 재림을 위한 종말론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오늘 복음은 금방 있을 줄 알았던 인자의 재림이 지체되는 현상을 보이자 초조한 마음으로 우왕좌왕 했을 초대교회에 진정한 준비와 기다림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분명한 사실은 승천하신 예수께서 하느님 나라의 창건과 세상심판을 위해 다시 오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각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재림의 날과 시각이 아니라, 분명히 다시 오신다는 그분을 맞이할 준비와 기다림인 것이다. 준비와 기다림은 다가올 미래를 위한 것이지만 준비 속에는 다가올 것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있으며, 기다림 속에도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 있다. 이는 곧 준비와 기다림이 막연한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이 이미 현실 속에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다시 오심에 대한 믿는 이의 태도는 준비와 기다림뿐이다. 교회는 그 동안 2,000년의 긴 세월을 준비하고 기다려 왔고, 최종적인 그 날과 그 시각을 향하여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교회는 지난 세월동안 사라져간 사람들 안에서 그 날과 그 시각을 보았다. 이 말은 한 인간의 죽음이 바로 그 날과 그 시각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를 뿐, 반드시 죽는다는 것은 다 안다. 그러므로 알 수 없는 죽음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이들에게 대한 자선을 통하여 하늘에 재물을 쌓고,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허리에 띠를 띠고 산다는 비유의 뜻은 항상 근면하게 일하고 남에게 봉사하는 자세를 말한다. 등불을 켜 놓고 산다는 비유는 자신 안에 죄악의 어두움을 몰아내고 밝게 살아가는 마음자세를 뜻한다. 이러한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은 그가 생(生)을 마감할 때, 즉 주님이 다시 오실 때, 주님께서 그를 기쁨과 평화의 식탁에 초대하여 도리어 그에게 봉사해 주실 것이다. 그렇다면 재림하실 예수님과 그분의 나라를 향한 매일의 준비와 기다림은 우리 삶에 있어서 더 없는 기쁨과 즐거움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