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5월12일(토) - 부활 제5주간 토요일 > 복음 묵상

백삼위 한인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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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 묵상

[] 2007년5월12일(토) - 부활 제5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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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 2007-05-11 조회수 :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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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15,18-21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18)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알아라. 19)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20)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 말도 지킬 것이다. 21) 그러나 그들은 내 이름 때문에 너희에게 그 모든 일을 저지를 것이다. 그들이 나를 보내신 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음산책] 제자들보다 한 걸음 앞서 가시는 스승님 어제 복음에서 스승과 제자들 간의 관계는 아들이 아버지와 가지는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보았다. 아들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아버지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는 방법의 최고절정은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13절)에 있었다. 제자들이 스승의 계명을 지켜 스승의 사랑 안에 머무를 수 있는, 즉 “언제나 남을 열매를 맺음으로써”(16절) 스승과의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도 이에 준(準)한다. 스승인 예수님께서 사랑의 계명 때문에 당장 제자들의 목숨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께서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어놓는 것은 ‘친구’에 해당하는 ‘제자’들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계명’ 때문이다. 아버지의 계명은 아버지가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것이며, 이 때문에 외아들을 보내 주신 것이다.(요한 3,16) 그래서 아들도 아버지의 계명에 충실하여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신다.’(요한 13,1)는 증거로 ‘친구’가 된 제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시는 것이다. 오늘 복음은 앞서간 복음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스승과 세상 안에서 조명되는 제자와 세상의 관계로 전개하고 있다. 스승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대접이 곧 그 스승을 따르는 제자들의 몫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말씀은 주제는 더 이상 사제(師弟) 간의 사랑이 아니라 이와 대조되는 세상이 드러내는 미움과 증오이다. 말씀의 배경에는 아직도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15,1-8)가 자리를 잡고 있다.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에서 보듯이 불성실한 가지는 잘려나갈 수도 있으나, 가지가 열매를 맺는 한 그 가지는 나무와 모든 생사(生死)를 같이한다. 말씀의 핵심은 예수님 때문에 제자들이 겪게 될 세상의 미움과 증오, 그리고 박해와 죽임이다. 나무가 겪게 되는 모든 것은 가지 또한 겪게 되는 이치와 같다. 복음서를 편집하던 시점에서 볼 때 제자들을 이미 예수님 때문에 세상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스승이 똑같은 미움을 받았으며, 제자들이 스승에게 속해 있기 때문에 세상이 제자들을 미워할 수밖에 없음을 전제하고 있다.(18절) 만약에 제자들이 예수님의 계명을 어기고, 그래서 그 사랑 안에 머물지 않고 있다면, 즉 나무에서 잘려나간 가지처럼 세상의 가지들과 어울려 지낸다면 세상의 환대와 사랑을 받을 것이지만, 제자들이 세상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는 자체가 아직도 스승 안에 머물러 있음을 암시한다.(19절) 예수님께서는 1차 고별사의 서두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후, 그들에게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요한 13,16)고 말씀하셨다. 이 가운데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20절)는 말씀을 제자들더러 상기하라고 하신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마치 종이 되어 종들과도 같은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지만 종이 주인보다 결코 높을 수 없으며, 파견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파견된 아들은 파견하신 아버지보다 결코 높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사랑하시는 제자들을 친구로 여기고 있지만,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아버지와 아들’, ‘파견자와 피파견자’의 관계가 유지되듯이 제자들과의 관계에서도 ‘주인과 종’, ‘포도나무와 가지’의 관계를 암시하신다. 세상이 주는 미움과 박해 가운데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친구와 친구’의 관계보다 ‘주인과 종’의 관계에 있다. 종은 결코 주인이 받는 것 이상은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박해 가운데서 예수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목숨을 내어놓으면 그 관계는 ‘친구와 친구’ 관계로 승화되며, 이 사랑은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가장 큰 사랑이 된다. 말씀의 요지는 세상의 미움과 박해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 뽑힌 제자들이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러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고 증언하도록 격려하려는 것이다. 요한복음은 자주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양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