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4월18일(수) - 부활 제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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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활 제2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3,16-21 <하느님께서 아들을 보내신 것은,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18)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 하느님의 외아들의 이름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19) 그 심판은 이러하다. 빛이 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하였다. 그들이 하는 일이 악하였기 때문이다. 20)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21)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복음산책] 불신(不信)자체가 불신자(不信者)를 심판한다. 니코데모의 호감에서 출발한 예수님과의 대화는 어느새 세상을 향한 예수님의 자기계시적(自己啓示的) 가르침으로 반전되었다. ‘세상의 일’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니코데모가 ‘하늘의 일’을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오늘 복음에 담겨있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니코데모와 함께 한 대화의 연속으로 보기는 어렵다. 즉, 예수님의 역사적 발설(發說)이라는 보다는 요한복음사가의 독자적 성찰의 결과로 후에 편집된 것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16절) 이 말씀은 사실상 모든 복음서와 성경 말씀의 요약이며, 결론이다. 요한은 자신의 서간에서 이 점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1요한 4,9-16) 세상의 구원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이루어졌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게 되는 동기(動機)는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이다. 구원의 방법(方法)으로 하느님은 외아들을 보내주셨고, 외아들을 세상에 보낸 목적(目的)은 곧,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자기 외아들까지 보내어 세상을 구원하려는 동기(動機: motivation)이다. 그 동기가 바로 세상을 너무나, 그리고 극진히 사랑하심이다. 하느님께서 그토록 극진히 사랑하시는 세상(世上)이 무엇인가? 세상은 우선 우리가 사는 곳이다. 온갖 악(惡)과 불의(不義), 고통과 죽음이 한데 뒤섞여 질서 없이 춤을 추는 곳이 아닌가? 이러한 세상은 비구원적 상태, 그 자체이다. 비구원적 세상에 대한 인간의 경험은 구원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구원이 자연발생적으로 주어지거나 툭하면 죄에 빠져 허덕이는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의 많은 종교들(특히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 등의 동양종교)이 그러한 착각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고도(高度)로 수련된 삶을 통하여 적어도 구원을 성취할 수 있다는 아집에 빠져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너나 나만의 구원이 아니라, 전적으로 비구원적 상태에 빠져있는 세상 전체의 구원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세상을 하느님은 사랑하신다. 그렇다고 세상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세상이 벌어들인 것은 교만과 죄로 말미암은 불의 와 죽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세상을 사랑하신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며(1요한 4,8), 그 사랑이 세상을 창조하였기 때문이며, 이 사랑이 하느님 스스로를 사람이 되게 하였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영(靈)이 바로 사랑이다. 이 사랑만이 자신의 외아들을 세상에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느님께서 극진히 사랑하시는 자기에게 파견된 외아들을 믿는 일 뿐이다. 믿지 않는 사람은 죄인으로 판결 받는다. 이 판결은 하느님이 내리시는 것이라기보다 불신(不信), 그 자체가 불신자(不信者)에게 내리는 판결이다.◆(박상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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