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4월4일(수) - 성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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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마태 26,14-25 <사람의 아들은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14) 그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유다 이스카리옷이라는 자가 수석 사제들에게 가서, 15) “내가 그분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은돈 서른 닢을 내주었다. 16) 그때부터 유다는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 17) 무교절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차리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18)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도성 안으로 아무개를 찾아가, ‘선생님께서 '나의 때가 가까웠으니 내가 너의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축제를 지내겠다.' 하십니다.’ 하여라.” 19)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20)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 21)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2) 그러자 그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기 시작하였다. 2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4)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25) 예수님을 팔아넘길 유다가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하고 대답하셨다.◆ [복음산책] 제자의 배반이 스승의 십자가 길을 마련한 것인가? 지난 사순 제5주간 월요일부터 어제 성주간 화요일까지는 평일미사의 복음으로 요한복음이 봉독되었다. 오늘 성주간 수요일에는 마태오복음에 담겨 있는 수난사화의 한 토막을 듣는다. 오늘 복음은 유다 이스카리옷이 대사제들로부터 은전 서른 닢을 받아 챙기면서 예수님을 넘겨주기로 이미 약속했고(14-16절), 무교절 첫날, 과월절이 시작되는 저녁 시간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시는 과월절 만찬에서 유다의 배반을 결정적으로 예언하심으로써(20-25절) 본격적인 수난사화의 도입부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예수님께서 아직 오지 않았다고 자주 말씀하셨던 ‘당신의 때’가 드디어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때는 이미 저질러진 ‘한 제자의 이율배반적인 행동’과 과월절 만찬에서 스승이 발설하신 ‘한 제자의 배반예고’로 시작된다. 스승의 제자가 스승을 넘겨주기로 약속했고, 스승은 제자의 배반을 예고한 것이다. 이미 이루어진 제자의 배반을 스승이 확증하는 셈이다. 참담한 비극(悲劇: tragedy)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어제는 요한이 쓴 비극을 접했고, 오늘은 마태오가 쓴 비극을 읽는다. 성주간 화요일과 수요일에 연이어 같은 비극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요한의 기록과 마태오의 기록이 마지막 만찬의 틀 안에서 수난사화의 시작으로 제자의 배반을 주제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전후 문맥상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 수난사화의 도입부에 있어서 요한복음과 공관복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최후만찬의 시점(時點)이다. 요한복음은 예수께서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요한 13,1) 마지막 만찬으로 추정되는 제자들과의 식사를 나누는 식탁에서 세족례를 행하시고 유다의 배반, 새 계명의 선포, 베드로의 배반을 차례로 예고하시면서 길고 장황한 고별사를 행하신 것으로 보도하는 한편, 공관복음은 무교절 첫날(마태 26,17; 마르 14,12; 루카 22,7) 과월절이 시작하는 시각에 제자들과의 최후만찬, 이 자리에서 유다의 배반 예고, 성체성사 제정, 그 후 올리브 산으로 향하는 도중에 베드로의 배반을 예고하고 있다. 마르코와 루카는 무교절 첫날에 과월절을 위한 양을 잡는 관습이 있었다고 하는데, 무교절과 과월절은 동시에 시작되는 축제(탈출 12,1-20)이다. 참고로 유다인의 모든 축제들은 안식일과 마찬가지로 전날 저녁 해질 무렵부터(대략 6시경) 시작된다. 따라서 최후만찬의 시점이 요한복음에는 과월절 하루 전 저녁 6시 이후로, 공관복음에는 과월절이 시작하는 바로 그날 저녁 6시 이후라는 점은 확실하다. 왜 같은 사건을 이렇게 다른 시점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 정확한지를 따져 묻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물론 성서학자들 간에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결국 요한복음사가가 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요한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과월절이 시작되기 전 낮에(또는 해질 무렵에) 양을 잡는 예식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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