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3월17일(토) - 사순 제3주간 토요일
페이지 정보
본문
◎ 사순 제3주간 토요일 [오늘의 복음] 루카 18,9-14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9) 예수님께서는 또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10)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였고 다른 사람은 세리였다. 11)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12)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13)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1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복음산책] 세리의 기도 - 처절한 자기인식과 통한(痛恨) 오늘 복음이 전하는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비유’는 루카복음에만 기록된 특수사료이다. 그런데 비유(比喩), 또는 예화(例話)라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침을 비유로 말씀하실 때, 그것이 사람과 관련될 경우, 통상 ‘어떤 사람, 어떤 부자, 어떤 재판관, 어떤 과부, 어떤 여인, 한 아버지’ 등의 불특정(不特定)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선택하신다. 그러나 오늘 비유의 주인공은 당시 유대사회의 특정 인물, 즉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그 자리에서 듣고 있는 바리사이와 세리라는 점이 특이하다. 따라서 오늘 복음은 스스로 죄인임을 자처하는 세리의 기도하는 태도와 스스로 옳다고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바리사이의 기도하는 태도를 비교함으로써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위선을 노골적으로 질책하고 있다. 세상에는 의인으로 자처하는 죄인이 있는가 하면, 죄인으로 자처하는 의인도 있다. 그러나 누가 죄인이고 누가 의인인지 그 판단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신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그 판단을 하느님께 맡겼다. 즉,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하고 기도한 세리가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셨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14b절) 하느님의 판단 기준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마치 창세기의 카인과 아벨의 제사를 보는 듯하다.(창세 4,3-5) 농부인 카인이 땅에서 난 곡식을, 목자였던 아벨이 양떼 가운데 맏배의 기름기를 각각 예물로 드렸건만, 왜 야훼 하느님의 처사는 불공평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이 대목의 성서말씀을 자세히 읽어보면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물은 기꺼이 굽어보셨으나, 카인과 그의 제물은 굽어보지 않으셨다.”(창세 4,5)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벨과 그의 제물'이라는 성서구절이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야훼께서는 사람이 바치는 예물만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바치는 사람도 함께 받으신다는 점이다. 이제 오늘 복음에서 오히려 세리를 의인으로 인정한 하느님의 처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도란 오늘 비유 속의 바리사이처럼 머리를 빳빳이 들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자기소개나 자기과시도 아니며, 자랑도 아니다. 타인을 폄하(貶下)하는 고발은 더더욱 아니다. 기도는 비유 속의 세리처럼 멀찍이 서서 고개를 숙이고 스스로 죄인임을 깨닫는 자기인식(自己認識)이며, 그래서 처절한 통한(痛恨)이며, 그래서 자비를 구함이다. 기도를 들어주시고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 삶의 결과만을 보시지 않으신다. 비록 그 삶의 결과가 부패와 부정 속에 허덕이고 있다하더라도 그 마음과 생각을 꿰뚫어 보신다. 세리는 자신이 하는 일 때문에 이미 의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로부터 갖은 업신여김을 받았다. 스스로 겸손하다고 말하기는 쉬워도 업신여김을 참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박상대 신부)
- 이전글2007년3월18일(주일) - 사순 제4주일 (다해) 07.03.18
- 다음글2007년3월16일(금) - 사순 제3주간 금요일 07.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