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3월24일(토) - 사순 제4주간 토요일
페이지 정보
본문
◎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오늘의 복음] 요한 7,40-53 <메시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40) 이 말씀을 들은 군중 가운데 어떤 이들은, “저분은 참으로 그 예언자시다.” 하고, 41) 어떤 이들은 “저분은 메시아시다.” 하였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메시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42) 성경에 메시아는 다윗의 후손 가운데에서, 그리고 다윗이 살았던 베들레헴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43) 이렇게 군중 가운데에서 예수님 때문에 논란이 일어났다. 44) 그들 가운데 몇몇은 예수님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그분께 손을 대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45) 성전 경비병들이 돌아오자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왜 그 사람을 끌고 오지 않았느냐?” 하고 그들에게 물었다. 46)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고 성전 경비병들이 대답하자, 47) 바리사이들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도 속은 것이 아니냐? 48) 최고 의회 의원들이나 바리사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그를 믿더냐? 49)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자들이다.” 50) 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전에 예수님을 찾아왔던 니코데모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51) “우리 율법에는 먼저 본인의 말을 들어 보고 또 그가 하는 일을 알아보고 난 뒤에야, 그 사람을 심판하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 52) 그러자 그들이 니코데모에게 대답하였다.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이오? 성경을 연구해 보시오.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지 않소.” 53) 그들은 저마다 집으로 돌아갔다.◆ [복음산책] 고정관념 - 믿음에 절대적인 장애물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믿음을 얻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그들의 고정관념이었다. 고정관념은 사건의 진위(眞僞)나 정황(情況)을 떠나 판에 박힌 생각이다.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태도의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유다인들은 예수님이 갈릴래아 태생인 줄 알고 있었다. 예수님은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에서 약 30년간의 성장시절을 보내긴 했지만, 사실은 베들레헴 태생이 아닌가?(마태 2,1; 루카 2,4) 지금의 우리들은 예수님에 대한 유년시절을 포함한 그분의 공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기록물인 신약성경을 앞에 두고 있기에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가지기가 당시의 사람들보다는 훨씬 쉽다. 예수님의 출생과 유년시절에 관한 기록들은 빨라도 기원후 80~90년경에 집필되었기 때문이다. 대사제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구약성경이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메시아의 고향이 베들레헴이라는 것은 미가 5,1에 근거하며, 베들레헴이 다윗의 마을이라는 사실은 1사무 20,6에 근거한다.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자신이 베들레헴 태생이라는 사실을 말씀하신 적은 한 번도 없다. 어제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큰소리로 “너희는 나를 알고 있으며,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고 있다.”(요한 7,28)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자신이 베들레헴 태생이라는 것보다는 나자렛 출신이라는 사실을 더 강조하는 듯이 보인다. 어쨌든 유다 베들레헴 태생의 예수님과 갈릴래아 나자렛 출신의 예수님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을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이런 아쉬움이 예수님께는 어떤 문제도 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는 애당초 출신이나 신분 따위엔 관심도 없으시다. 예수님께 있어서 중요한 것은 태생이나 출신이 아니라 그분이 하시는 말씀과 행적에 대한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단순히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믿으라는 것은 아니다. 그분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곧 아버지의 일이기 때문에 믿으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나중에 가서 “내가 내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10,37-38)라고 분명히 말씀하신다. 예수님 안에 하느님께서 활동하고 계시다는 사실이 무조건 거부되지는 않았다. 그것은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성전 경비대들과 예수와 구면(舊面)인 니코데모를 통하여 드러난다. 예수님을 잡아오라는 명(命)을 받은 경비대들이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46절)라고 저들을 보낸 지도자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지도자들의 생각과 입장은 바뀔 줄을 모른다. 그들은 성경의 어느 곳에서도 갈릴래아에서 메시아가 나올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자신들을 더욱 세게 얽어맨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이 작정한 길을 갈 것이고, 예수님은 예수님대로 자신의 길을 가실 것이다. 기원전 609년경 유다에 출현한 예레미아 예언자도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함에 있어서 똑같은 어려움을 겪었고, 쓴맛을 보았다.
- 이전글2007년3월25일(주일) - 사순 제5주일 (다해) 07.03.28
- 다음글2007년3월23일(금) - 사순 제4주간 금요일 07.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