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2월28일(수) - 사순 제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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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 제1주간 수요일 [오늘의 복음] 루가 11,29-32 <이 세대는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29) 군중이 점점 더 모여들자 예수님께서 말씀하기 시작하셨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30)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31) 심판 때에 남방 여왕이 이 세대 사람들과 함께 되살아나 이 세대 사람들을 단죄할 것이다. 그 여왕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려고 땅 끝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솔로몬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32) 심판 때에 니네베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다시 살아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이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요나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복음산책] 예수님의 진단과 처방전 오늘 복음의 이해를 도우려면 앞서간 대목을 함께 읽어보아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루카복음에서도 어제 마태오복음(6,7-15)에서와 같이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셨고, 아버지께 끊임없이 구하고 찾고 두드리며 청원하라고 이르셨다. 그런 다음 예수님께서 마귀가 들린 언어장애자를 치유하는 기적을 보이셨다.(11,1-14) 예수님께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예수님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만큼 의구심도 컸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능력을 의심하여 더러는 ‘예수가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11,15)고 하였고, 더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요구’(11,16)하였다. 어떤 여인은 예수를 포유(哺乳)한 어머니를 찬양하기도 했다.(11,27) 이 사람들의 의도는 무엇이며, 도대체 어떤 부류의 사람들인가? 이들은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다. 여기에 기적 이상의 볼거리를 즐기는 유다인들이 가세하였을 것이다. 예수께서 하느님의 인정이 될 만한 표징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업적들을 마귀짓거리로 몰아붙여 폄하(貶下)하려는 그들이다. 참으로 고약하고 야박한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29절) 이 말씀은 고약하고 야박한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진단(診斷)이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29절) 이는 악한 세대로 진단된 사람들에 대한 예수님의 처방전(處方箋)이다. 예수님께서는 좀처럼 믿지 못하고 하늘의 기적까지 요구하는 사람들이 악한 ‘불신(不信)의 병’에 걸린 것으로 진단하셨고, 이 병에 대한 약전(藥箋)으로 ‘요나 예언자의 표징’을 처방하신 셈이다. 사실 요나의 표징은 기적이 아닌 기적이다.(요나 2,1-11; 3,1-10) 이 처방전을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니네베 도시의 사람들이 어떤 표징을 보고 회개하였던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일어났던 일은 하느님께서 요나 예언자를 그들에게 파견하였던 일과 파견된 요나의 ‘회개하라’는 외침이었다. 이 외침 하나로 니네베 사람들은 회개하기에 충분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이 기적과도 같은 것이 된 셈이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써주신 처방전의 참뜻은 요나의 니네베 방문이 곧 하느님의 현존이요, 그의 외침이 곧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이며, 나아가 예수님의 현존이요 말씀이라는 것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이 니네베 사람들에게 기적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 또한 같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기적의 표징이 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큰 표징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요나나 솔로몬보다 더 크신 분이시기 때문에 그들의 현존보다 예수님의 현존은 더 실재적이며, 그들의 외침과 지혜보다 예수님의 말씀은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현존과 말씀은 이미 예수님 안에 선재(先在)하여 있는 것이다. 그것은 십자가의 죽음에까지 사람들의 눈에는 가려져 있을 것이지만 죽음에서 부활하심으로써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예수님의 세대가 비록 불신하는 악한 세대로 진단을 받았지만 처방전에 따라 약을 잘 복용하여야 한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요나와 솔로몬보다 훨씬 더 위대하신 분으로 그들 앞에 서 계신 예수님께 대한 선택이다. 사순시기는 표징을 요구하는 시기가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표징을 잘 읽어야 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우리의 과제 또한 이미 우리 안에 현존하시고 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예수님께 무엇을 더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미 주신 것을 선택하여 행동하는 것이다.◆(박상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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